[미디어 비평] 22대 국회 '일방 표결'이 민주당만의 잘못인가?

국회 파행의 원인은 12.3 내란과 국민의힘의 '尹 방탄'이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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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나온 세계일보 이지안 기자의 단독 보도 기사. 전형적인 국민의힘 측의 일방적 프레임인 '입법독재' 프레임에 경도된 기사다.(출처 : 네이버 뉴스 갈무리)
지난 9월 30일 나온 세계일보 이지안 기자의 단독 보도 기사. 전형적인 국민의힘 측의 일방적 프레임인 '입법독재' 프레임에 경도된 기사다.(출처 : 네이버 뉴스 갈무리)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9월 30일 세계일보가 <22대 국회 ‘일방 표결’ 180건…20대의 26배 [견제 기능 사라진 국회]>란 제목의 단독 보도 기사를 보도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기사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줄곧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반복적으로 내뱉었던 프레임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명분 중 하나로 작용한 소위 '입법독재' 프레임과 맞닿아 있다.

해당 기사를 보면 "민주당이 지배하는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표결을 강행한 사례가 개원 15개월 만에 180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의석이 비등했던 20대 국회에서 4년 동안 7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25.7배나 늘어난 수치다""특히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표결 강행을 주도하고 있어 '협치의 실종을 넘어 종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고 했다.

이어 세계일보는 "야당의 견제장치는 전부 무력화된 상태다. 쟁점법안을 최장 90일간 숙의하도록 하는 안건조정위원회는 여권 우위로 구성돼 단 10분 만에 종결되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도 24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하루짜리다. 결국 무력한 야당이 국회를 떠나 거리로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여당의 탓으로 몰아갔다.

계속해서 기사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실 측 자료를 인용해 "22대 국회 전체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에서 안건에 대한 '이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표결에 부쳐 의결한 건 수가 180건(9월 4일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국민의힘 측이 주장하는 '입법독재' 프레임에 경도된 듯한 서술을 이어갔다.

아울러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주장과 견해만 일방적으로 실으며 국민의힘이 '소수 야당의 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 집단인 양 묘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해당 기사에 "야당 의원들은 매번 항의의 표시로 상임위장을 퇴장하거나,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따라 퇴장당하는 결말을 맞는다"고 한 부분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이어 이 기사를 쓴 세계일보 이지안 기자는 "문제는 거대여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22대 국회 내내 여당의 독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야당이 여당을 저지할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고 했는데 이는 곧 국민의힘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입법독재' 프레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말에는 "결국 여당은 독주하고, 막을 길 없는 야당은 국회를 떠나는 ‘정쟁의 늪’에서 여야 협치는 갈수록 요원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사실상 국회가 파행 운영되는 책임을 여당 탓으로 몰아갔다.

이같은 세계일보의 기사는 국민의힘 측 시각에서 그들 입장을 대변하는 듯이 쓴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가 파행 운영된 근본적인 원인은 윤석열 정부에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1대 국회 때부터 거부권을 남발하며 국회의 입법권을 수시로 침해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헌법 49조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고 해 다수결의 원칙대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매 총선 때마다 각 당이 서로 1석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려고 기를 쓰는 것 또한 바로 이 다수결의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야 합의'를 핑계로 당시 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에 거부권을 남발했다. 무엇보다 그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 대다수가 자신과 자신의 배우자 김건희 씨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만한 법안들과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법안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과 배우자의 이익을 지킬 목적으로 거부권을 악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힘은 이같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말리기는커녕 도리어 부추겼다. 이들은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저지에 실패할 때마다 번번이 윤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쓸 것을 종용했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가 과연 비판한 적이 있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통과된 법안들 대다수는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에 의해 족족 틀어막혔던 법안들이었다. 법안 통과에 있어 '여야 합의'가 있으면 좋겠지만 국회는 만장일치제인 신라의 화백회의도 아니고 몽골의 쿠릴타이도 아니기에 매번 다 합의를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지금의 국민의힘 역시 그 전신인 한나라당이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18대 총선 압승으로 단독 과반을 확보하며 기세등등할 때는 지금의 민주당보다 훨씬 더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오늘날 종편 설치의 근거가 됐던 2009년 미디어법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날치기 법안 통과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는 과연 지금만큼 강도 높게 비판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사를 낸 것은 결국 국민의힘 측의 일방적 주장을 언론사가 기사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 전에 과연 야당이 자당 소속 대통령이 일으켰던 12.3 내란 사태에 대해 진솔하게 사죄와 반성을 한 적이 있었는지 또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아닌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적은 있었는지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들 대다수를 '악법'으로 몰아가면서도 정작 그에 대한 대안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대안 없는 일방적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그 법이 '악법'이라면 왜 악법인지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

아무리 의석 수의 한계로 필리버스터가 하루짜리 용도로 전락했다고는 해도 그 하루라도 금쪽같이 써서 국민들에게 그 법이 '악법'인 이유를 설명해야 했는데 정작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부의장부터가 사회를 거부하는가 하면 자당 의원이 토론을 하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더 많이 자리를 지켰다.

이러니 필리버스터에 진정성을 느끼기보다는 그저 대정부 투쟁, 대여투쟁을 위한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제한 법안 추진을 마냥 긍정적이라 옹호할 수는 없지만 해당 법안 발의 예고가 나오게 한 것 또한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다.

해당 기사를 쓴 세계일보 이지안 기자가 과거에 쓴 기사들 목록을 살펴보면 12.3 내란 사태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기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담은 기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과 12.3 내란 사태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려다 결국 아예 국회를 없애버리려 시도했던 것인데 이에 대한 비판은 않고 지금의 민주당만 물어뜯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측의 일방적 프레임에 경도돼 국민 여론 지형을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태도가 과연 언론이 할 태도인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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