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대해 국민의힘 측이 신청한 필리버스터가 6일 0시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7시간 8분 만에 종료됐다. MBC 사장 출신인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비례대표) 1명만 발언한 것은 물론 금쪽같이 써야 할 시간에서도 중언부언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실익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이사 수 정원을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법"이라 주장하며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4일 본회의에서 방송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필리버스터 종결 카드를 꺼내들었고 결국 24시간 만인 5일 종결됐다. 그나마도 방송법 반대 측인 국민의힘 의원들보다 찬성 측인 민주당 노종면 의원(인천 부평갑)이 훨씬 더 긴 9시간 이상을 쓰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하지도 못했으며 법안은 5일 본회의에서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됐기에 고작 하루 늦추는 것에 그쳤다.
이어서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또 필리버스터를 꺼내들었지만 이날이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기에 실질적으로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7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국회법 106조의 2 8항엔 "무제한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에는 무제한토론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고 돼 있으므로 6일 0시가 되면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고 싶어도 더 이상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그 7시간 동안에도 국민의힘은 국민들에게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왜 '악법'인지를 설파하기보다는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금쪽같이 써야 할 시간을 허비했다. 해당 필리버스터의 유일한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초반엔 방송 주제와 전혀 무관한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 투자 의혹을 물고 늘어지기 바빴다. 이 때문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재하기도 했고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 투자 의혹 건을 짚고 넘어간 이후엔 또 다시 민주노총과 언론노조 이야기로 넘어가더니 색깔론에 가까운 궤변들이 이어졌다. 어차피 7시간밖에 할 수 없는 필리버스터조차도 이재명 정부와 여당, 노조를 공격하는 발언만 줄곧 이어가며 국민들에게 해당 법안이 왜 '악법'인지는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야당이 아무리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국회 재적의원의 3/5 이상이 종결에 찬성하면 필리버스터 시작 후 24시간 만에 종결할 수 있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98명의 3/5은 179명인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만으로도 충분히 필리버스터를 꺼버릴 수 있다. 다시 말해 법안 통과를 하루 늦추는 것 외에는 어떠한 성과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 아니라 시한부 토론이다"라며 "자괴감이 든다"고 했고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도 “솔직히 휴가철이라 필리버스터의 여론전 효과는 거의 없어 보이는데, 이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당은 방문진법과 EBS법, 노란봉투법, 상법을 오는 21일부터 하루에 하나씩 처리하겠단 방침을 거듭 밝혔는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들 법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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