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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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격 구속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사진=연합뉴스)
12일 전격 구속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사진=연합뉴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온갖 비리 논란과 국정농단 의혹에 휘말렸으면서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남편 덕에 이리저리 법망을 빠져나갔던 김건희가 끝내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반 구속된 것은 77년 헌정사를 통틀어 사상 초유의 일이다. 또 김건희는 영부인으로선 최초로 구속된 인물이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가히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할 만 하다.

전두환의 부인인 이순자나 이명박의 부인인 김윤옥 등 그간 영부인 중에도 구설에 오른 사람은 많았지만 김건희는 이순자나 김윤옥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윤석열 취임 전부터 구설에 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비롯한 각종 비리 논란은 윤석열 정부에 있어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의 눈치를 보기 급급해 김건희의 각종 비리 논란을 알고도 덮으며 쉬쉬하기 바빴고 이 때문에 특검이 대두될 때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 검사들이 2년 동안 탈탈 털었지만 아무 것도 안 나왔다"는 지나가던 개도 비웃을 논리로 '김건희 방탄'에 매진했다. 그 당시 검찰의 수장이 누구였는지를 생각하면 정말 기가 찰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김건희는 남편 덕에 온갖 비리 논란에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김건희가 무너지게 된 것 역시 그 남편 때문이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빙자한 내란을 일으키면서 제 손으로 임기를 단축시켜 버렸던 것이 김건희의 파멸을 앞당긴 계기가 됐다. 그간 자신을 감싸줬던 '윤석열'이란 성벽이 무너지자 김건희는 그대로 벌거숭이로 노출됐고 결국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김건희가 조금의 생각이란 것이 있었다면 영부인이었을 때 당초 자신이 공약한 대로 '조용한 내조'만 했어야 했다. 하지만 김건희는 윤석열 정부 시절 V0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마치 자신이 대통령인 양 행세했다. 말 그대로 남편의 위세를 자신이 누리는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자행한 것이다. 그 사이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은 더 불어나면 불어났지 결코 사그러들지 않았다.

김건희 한 사람 덕에 가장 본래의 의미가 굴절되고 왜곡된 단어를 찾자면 아마도 '공정'과 '정의'라고 본다. 그간 윤석열은 언론 덕에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는 '강골검사'라는 외피를 쓰고 시운을 잘 만나 대권을 잡았다. 정말 그가 '강골검사'가 맞았다면 비리 논란에 휘말려 있던 아내에 대한 수사도 거침없이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윤석열이 내건 그 두 단어는 유독 김건희 앞에서는 휘어지고 꺾였다.

이제 그 김건희가 구속된 모습을 보니 그간 왜곡되고 굴절됐던 '공정'과 '정의'도 바로 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건희의 구속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온갖 부정부패 논란에 휘말린 김건희는 마땅히 법에 따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며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역시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이것이 진정으로 법치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실수사로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줬던 이창수, 조상원, 최재훈 등 친윤 검사들은 모두 '범죄은닉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법률적 검토를 해야 할 것이며 윤석열에게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종용하며 김건희 방탄에 전력을 다했던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를 해야 한다. 처벌이 가능하다면 마땅히 이들도 처벌을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검찰이란 집단을 더 이상 봐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간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김건희의 혐의에 대해 입버릇처럼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 검사들이 2년 동안 탈탈 털었지만 아무 것도 안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정말 그랬다면 특검이 고작 42일 수사해서 김건희를 구속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검찰은 그간 김건희의 혐의에 대해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충대충 수사하는 시늉만 했다는 훌륭한 반증이다. 제 입맛에 맞는 정권에는 누구보다 납작 엎드려 개 노릇하는 기관이 과연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했던 검찰 해체가 왜 필요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엔 반드시 권력의 개 노릇을 했던 검찰 해체를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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