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2일 있었던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 소위 찬탄파라 불린 조경태, 안철수 두 후보는 당 대표 선거에서 낙선했고 반탄파였던 김문수, 장동혁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는 최근 발표됐던 여론조사 흐름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 결과였다. 전체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선 찬탄파였던 조경태 의원이 1위였으나 국민의힘 지지층 한정으로는 반탄파 후보들이 1,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 당원들은 여전히 윤석열이란 인물이 '억울하게' 탄핵을 당한 '피해자'이며 그가 일으켰던 12.3 내란 사태 역시 '내란'이 아닌 '국회의 패악질을 알리기 위한 계몽령'이라는 극우 세력들과 같은 마음임을 보여줬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어쩌면 이번 전당대회야말로 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마저도 발로 차버린 셈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찾자면 역시 극우 유튜버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 극우 유튜버들과 그들에게 세뇌된 강성 당원들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셈이다. 국민의힘 강성 당원들은 대개 기성 언론들을 '좌편향'됐다고 굳게 믿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 생각에선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은 이런 인물들을 잘 포착해 구워삶는데 능하다. 대개 사람이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듣고 싶어하고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면 화를 낸다. 충언역이 양약고구(忠言逆耳 良藥苦口)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 극우 유튜버들은 국민의힘 강성 당원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으며 선동을 하고 여기에 당이 넘어가면서 변화와 쇄신을 거부한 채 점점 '극우'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한국사 강사 출신 극우 유튜버 전한길이었는데 대놓고 전당대회 장에 난입해 당원들에게 찬탄파 후보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도록 선동하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그 사람을 제명시키지도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이란 정당이 완전히 극우 유튜버들에게 쌈싸먹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 타령을 하고 다녔지만 정작 그가 일으킨 12.3 내란 사태는 그 자유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정치적 자유를 탄압하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다닌단 말인가? 12.3 내란 사태는 윤석열 개인의 독재정권을 수립할 목적으로 일으킨 친위 쿠데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강성 당원들은 윤석열이 떠들고 다녔던 가짜 '자유민주주의'에 세뇌돼 자신들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자이고 윤석열을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여기에 극우 유튜버들까지 나서서 윤석열을 옹호하고 다니니 아무리 윤석열이 파면됐고 정권까지 내줬어도 변화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들이 국민의힘의 중심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이제 강성 반탄파 후보인 김문수, 장동혁 두 후보가 결선을 치르게 된 이상 누가 되든 이번에 뽑힌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의 문을 닫는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공연히 국민의힘을 반드시 해산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진 상태이고 내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한 특검의 수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입장에서 시한폭탄이 될 것들을 몇 가지 꼽자면 첫째는 당연히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건이고 둘째는 윤석열의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허위사실공표, 셋째는 윤석열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포함된 명태균 게이트, 넷째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내란 옹호 및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방해, 다섯째는 권성동의 통일교 유착 건 등이다.
둘째 건은 대선 선거비용을 모두 다 토해내야 하기에 정당이 '파산'할 수 있는 건이고 그 나머지는 정당 해산 사유가 될 수 있는 건들이다.
현행 헌법 8조 2항엔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돼 있으며 같은 조 4항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돼 있다.
필자가 앞에서 지적한 5가지 중 4가지는 이 헌법 조항에 전부 위배되는 건이며 실제 11년 전 통합진보당 해산 당시 사유와 관계가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현재 국민의힘은 그 통합진보당과 비교하면 훨씬 더 위험한 행태를 저질렀으므로 2번, 3번 해산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을 지경이다.
어쩌면 국민의힘이 이런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외부인의 시각에서 국민의힘이란 당을 관찰했을 때 드는 생각은 그 당이 너무 '늙었다'는 것이다. 주요 지지층은 70대 이상 노년층으로 이제 저물어가는 세대인데다 이미 냉전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대치 중인 남북 관계를 악용해 색깔론과 종북몰이로 연명했다.
지지층들도 늙었고 사고방식도 늙었기에 필자는 국민의힘은 '늙은 정당'이라고 평가한다. 사람이 만든 것은 모두 사람을 닮아가는 특징이 있는데 사람도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고 나중엔 죽듯이 정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계열의 소위 이 나라 '보수 정당'은 이제 그 수명이 다했다고 보인다. 수명이 다한 이상 이제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계속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와 쇄신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그러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국민의힘의 소멸은 우리 한국 정치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제대로 '보수 정당'의 포지션을 잡고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이 '진보 정당'의 포지션을 잡으면 정말 리영희 선생의 말대로 좌우 양날개로 나는 새가 될 수 있으며 건강한 보수와 혁신의 대결의 장이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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