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법전 놓고 '법'자도 모른다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께

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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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변호사] 수호자를 자처하는 희대의 코미디가 대한민국 사법부의 심장부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 희극의 주인공은 바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다. 그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향해 “대법원장은 청문 대상이 아니다”라는, 실로 해괴망측한 주장을 태연자약하게 내뱉었다. 이는 단순히 법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을 넘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사법부의 오만과 독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망언이다.

▶ 국회법이라는 ‘낫’을 보고도 ‘ㄱ’자를 모르는가

속담에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했다. 눈앞에 명백한 사물을 두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비꼬는 말이다. 지금 천대엽 처장의 행태가 바로 그러하다. 그의 눈앞에는 국회법 제121조 제5항이라는 날카로운 ‘낫’이 번뜩이고 있다. “본회의나 위원회는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질문하기 위하여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법은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단 한 톨의 해석의 여지도 없이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이, 사법부 수장의 직무상 위법 혐의에 대해 묻겠다고 하면 대법원장은 국회에 나와 답해야 한다는 것이 법 정신의 요체다.

나아가 국회증언감정법은 국회의 출석 요구를 받은 자는 누구든 따라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국정 통제권’이며,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이루는 권력분립과 견제의 원리다.

천 처장은 이 모든 명문의 규정을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인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특정 재판 과정에서 소부의 심판권을 침해하고, 사건 배당 전 사전 심리를 하는 등 헌법과 법률을 유린했다는 중차대한 혐의가 제기되었다. 이는 판결 내용의 당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재판이라는 ‘직무집행’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법성을 따지자는 것이다. 사법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법원행정처장이 이를 ‘사법권 독립’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회피하려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 온 국민이 아는 ‘김학의 얼굴’, 못 알아본다던 과거의 그 판결

천대엽이라는 이름 석 자가 국민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사건이 있다. 바로 온 나라를 경악게 한 ‘김학의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이다. 당시 고화질 동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오직 사법부만이 그 얼굴을 ‘식별하기 어렵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궤변의 정점에, 대법관으로서 김학의에게 최종 무죄를 선고한 재판의 주심이 바로 천대엽, 그 자신이었다. 전 국민이 다 알아보는 얼굴을 나 홀로 못 알아보겠다던 그 판결로, 김학의는 추악한 범죄 혐의를 벗고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억대의 보상금까지 타가는 사법 참사의 주역이 되었다. 국민들은 그때 보았다. 법복 뒤에 숨어 진실을 외면하고 상식을 조롱하는 법 기술자들의 민낯을 말이다.

▶ ‘선택적 실명(失明)’은 이제 그만,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라

과거에 전 국민이 알아보는 얼굴을 못 본 척했던 그가, 이제는 국회법에 버젓이 쓰여 있는 글자를 못 읽는 척하고 있다. 이는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진실과 법률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는 그의 뿌리 깊은 습성인가. 김학의의 얼굴을 외면했던 ‘선택적 안면인식장애’가, 국회법 조문을 외면하는 ‘선택적 난독증’으로 진화한 것이다.

천대엽 처장은 들어라. 당신이 수호해야 할 것은 조희대나 사법부라는 조직의 안위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그 자체다. 국민의 준엄한 감시와 통제를 거부하는 사법부는 괴물일 뿐이다. 지금 당장 궤변을 멈추고, 국회법에 명시된 대로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하여 모든 의혹에 대해 한 점 남김없이 해명하도록 하는 것이 법원행정처장으로서의 유일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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