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이미 한 약속, 다른 약속으로 뭉개기?
[노트북을 열며] 이미 한 약속, 다른 약속으로 뭉개기?
대통령 충남 민생토론회서 빠진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중부권 동서횡단철도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4.03.01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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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15개 시·군 중 서산을 선택해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해당 대선공약에 대한 명확한 이행 의지를 밝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료사진: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충남 15개 시·군 중 서산을 선택해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해당 대선공약에 대한 명확한 이행 의지를 밝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료사진: 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어린 시절 누구나 이런 경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성적이 오르면 게임기를 사주겠다”는 부모님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코피까지 쏟으며 공부했는데, 나중에는 “게임기 말고 운동화를 사주겠다”는 식의 일 말이다.

그럴 경우 “고맙습니다, 부모님”하고 흔쾌히 수긍하는 자녀들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또 거짓말하지 마시고 했던 약속이나 지키세요!”라고 반발하지 않을까?

적당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이와 유사한 일이 충남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4270만 평(141㎢) 규모의 서산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비롯해 ▲천안‧홍성 국가산단 조속 추진 ▲당진 기업혁신파크 조성 ▲태안 미래모빌리터 서비스 실현 스마트시티 조성 ▲아산 국립경찰병원 분원 건립 ▲충남대 내포캠퍼스 신설 지원 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지하다시피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7개 공약 15대 정책과제를 220만 도민과 약속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충남 서산서 민생토론회…기존 대선공약 이행 의지 아쉬워

이중 서산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공약은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서산 대산~경북 울진) 건설과 충청권 서해 관문 국제공항 건설(서산공항), 가로림만 생태복원(국가해양정원 조성) 이렇게 3가지다.

이중 기대가 컸던 서산공항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총사업비가 532억 원에서 484억 원으로 축소돼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 공약인 ‘충청권 서해 관문 국제공항 건설’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게다가 최소 13조49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가덕도신공항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자존심과 체면을 중시하는 충청인의 입장에서는 혀를 내두를 노릇이다.

문재인 전 대통에 이어 윤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채택한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 역시 원만한 추진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국비 3조7000억 원을 들여 총연장 330km를 잇는 대규모 SOC 사업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 사업이 아닌 추가 검토사업에 그치면서 큰 실망감을 안겨준 바 있다.

대선 과정에서 ‘충청의 아들’을 자임한 윤석열 대통령인 만큼, 남은 임기 동안 고향 사람들과의 약속 이행을 위한 좀 더 각별한 노력을 기대한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대선 과정에서 ‘충청의 아들’을 자임한 윤석열 대통령인 만큼, 남은 임기 동안 고향 사람들과의 약속 이행을 위한 좀 더 각별한 노력을 기대한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13조 가덕도신공항에 4조 달빛철도까지…충청인 상대적 박탈감 최고조

반면 경제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 가능성이 중부권 동서횡단처도 못지 않게 희박했던 달빛철도(대구~광주, 198.8km) 건설 사업의 경우 4조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에 이어 최근에는 예타 면제를 법제화한 특별법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충청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사업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제시된 사업비는 2715억 원이었는데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쳐 2448억 원까지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1236억 원으로까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늦어도 1월 중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됐는데 미루어지는 것을 보니 영 불안하기만 하다. 이미 사업비가 반토막 난 상황이라는 점에서 과연 국가해양정원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호소하고 있는 이완섭 서산시장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 15개 시·군 중 서산을 선택해 방문한 윤 대통령이라면 해당 대선공약에 대한 명확한 이행 의지를 밝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지 않은 상황에서 ‘무인기 연구개발 활주로 사업(태안)’ 등을 띄우는 것은 ‘이미 한 약속을 다른 약속으로 뭉개기’라는 의혹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나온 ‘무인기 연구개발 활주로’…가세로 태안군수도 초대했어야

이미 제시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만 새로운 약속에 대한 신뢰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세로 태안군수를 민생토론회에 초대하지 않은 점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관권선거라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가 군수를 불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특히 가 군수로부터 “극심한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군에는 고속도로와 철도조차 없다. 50년 숙원 만대다리(가로림만 해상교량) 건설과 함께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를 태안까지 연장시켜 달라”는 절절한 호소를 들었더라면 민생토론회의 의미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기자 역시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전혀 무의미하거나 정략적인 것으로만 평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태흠 지사가 밝힌 것처럼 충남지역 여러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과 적극적인 이행을 촉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이런 것이 집권여당의 프리미엄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느 정권이든 위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이를 적당히 활용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 거꾸로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정파를 떠나 그 진정성을 인정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선 과정에서 ‘충청의 아들’을 자임한 윤 대통령인 만큼, 남은 임기 동안 고향 사람들과의 약속 이행을 위한 좀 더 각별한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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