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尹, 또 거부권 뒤에 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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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지난 20일 체코 국립도서관을 방문해 양국 국립도서관의 고서(古書) 복원 시연회를 참관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모습.(사진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행태를 보니 반드시 개헌을 통해 대통령 거부권 조항을 삭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그리고 지역화폐법에 관해 "반헌법적이고 위법적 법안에 대통령이 재의요구하는 건 의무이자 책무"라며 또 다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란 인물의 발언은 언제나 말은 번지르르 했다. 2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은 위헌·위법적인, 사회적 공감대 없이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에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다시 말씀드린다"며 3개 법안이 모두 위헌이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사실상 야당에서 수사 지휘하는 법안"으로 규정했다. 이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며 "특검은 행정부의 수사 소추권을 행사하는데, 그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것이 불가능하며 야당이 추천한 특검이 야당에서 제기한 의혹과 고발 사건을 수사하도록 한 것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또 "고소 고발인이 수사기관과 담당자를 임의 선택할 수 없게 한 현행 사법 시스템을 훼손한 것"이라며 "일부 수사 대상은 이미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고, 나머지 수사 대상도 의혹 제기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 밖에 특검의 실시간 브리핑을 통해 피의 사실과 수사 내용 유출 등을 지적하며 수사 대상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여론재판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이 말을 들은 필자의 생각은 도대체 대통령실이 언제부터 '명예훼손'과 '피의사실공표'를 그렇게 끔찍이 챙겼느냐이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는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것이고 엄연히 불법이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기에 유명무실한 상태다. 하지만 피의사실공표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전 의원 등이 숨졌고 작년 말에는 배우 이선균마저 숨졌다.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선 '피의사실공표'를 그토록 끔찍이 챙기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런 대통령실의 궤변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은 23일 저녁 윤종군 원내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서면브리핑에서 "언제부터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헌법을 대체하게 되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고, 대통령까지 개입한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헌법 위배’라는 궤변은 황당무계하다. 지역화폐법이 헌법 위배라는 주장 역시 억지 궤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처럼 '짐이 곧 국가'라는 전제군주의 꿈에 빠져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윤 원내대변인은 "법치주의는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권한 행사만 가능하다"며 "대통령이 자신과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의 규명을 막기 위해 특검법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묻지마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마지막 지지층마저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24일 오전 황정아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브리핑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그 자체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말이 맞다고 본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너무도 쉽게 함부로 쓰고 있으며 심지어 그 권한을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방패로 악용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윤석열 정부를 뒤흔들 거대한 폭풍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잉태됐던 것이었다.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알려졌던 김건희 7시간 녹취록 공개 당시로 돌아가 보면 그 당시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마치 김 여사 본인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처럼 발언하며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자신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것이란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즉, 이미 이 때부터 김건희 여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처럼 국정을 쥐락펴락 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셈이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정권에 부역했던 언론들은 의도적으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식으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도하며 파묻어버리기 바빴다. 심지어는 일베저장소나 에펨코리아 등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을 퍼와서 김 여사를 가리켜 '걸크러시'라는 같잖은 칭송을 하는 태도도 보였다.

언론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했더라면 작금의 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작년 11월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알려진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 당시에도 김 여사는 마치 자신이 대통령인 것처럼 거리낌 없이 발언했다. 하지만 서울의소리의 보도를 인용했던 언론사는 얼마 되지도 않으며 대다수 레거시 미디어는 대통령실의 말만 받아썼다.

이렇게 심증은 농후했으나 물증은 없었던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은 이번 공천 개입 의혹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른바 '여조라이팅'의 비밀과 수상했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과정 등에 대해서도 드러나고 있으며 하나 둘씩 김건희 여사를 엄호했던 방패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거부권을 방패로 내세운다면 야당의 지적대로 얼마 남지 않은 윤 대통령 지지층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의 딸로서 보수 세력 정치인 중 그 누구보다 막강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했던 박근혜 씨조차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콘크리트 지지층이 붕괴됐고 종당에는 역대 대통령 모두를 통틀어 역대 최저 지지율인 4%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하물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 박근혜 씨만큼 탄탄한 콘크리트 지지층도 없다시피 하다. 그 박근혜 씨가 지지율 4%를 기록하며 무너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콘크리트 지지층도 무너질 때는 무너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박근혜 씨가 그 당시에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그 유명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기만 하다"고 말하지 않고 진솔하게 사과를 하고 사퇴의 변을 남겼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 씨는 진솔한 대국민 사과도 자진 사퇴도 모두 거부하며 버텼고 결국 탄핵으로 인해 강제로 끌려내려오는 신세가 됐다. 탄탄해 보였던 콘크리트 지지층도 모두 무너져버린 건 그런 박 씨의 뻔뻔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건 먼 과거의 이야기도 아니고 불과 7년 6개월 전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역시 거부권을 쓰며 버틸 것이 아니라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김건희 여사를 내쳐야 한다. 물론 김 여사의 국정개입을 묵인, 방조한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도대체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 것인가? 만일 또 다시 거부권을 쓴다면 잠시 시간을 끌고 지연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미 돌아선 민심을 영원히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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