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4일 12.3 내란 사태의 수괴 윤석열이 탄핵심판 인용으로 파면된 후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정치권엔 이른바 '난가병'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 출마설 군불을 때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는 5월 1일 총리직 사퇴 후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보도가 나온 것에 이어 같은 날엔 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국무총리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말이 나왔다.
한덕수 총리 대선 출마에 대해선 이미 앞선 오피니언에서 밝혔으니 이번엔 이낙연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 지적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낙연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정말 염치도 없고 대의명분도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낙연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의 1등 공신이다. 그런 사람이 무슨 염치가 있어서 대선 출마를 한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필자를 더 화나게 했던 건 28일 있었던 새미래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전병헌 대표의 발언이었다. 이 날 전 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의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가짜민주당을 넘어 진짜 민주당을 재건하고 국민 화합의 정치개혁을 해내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27일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향한 맹비난이었다.
전병헌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9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을 두고 "90%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은 민주당이 더 이상 민주정당이 아님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재명 후보의 득표는 ‘압도적 지지’가 아니라, ‘일방적 추종’이며, 전체주의적 광종이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건국의 영웅도, 민주화의 영웅도, 전쟁의 영웅도 아닌 이재명 후보는 12개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 리스크의 당사자일 뿐"이라는 네거티브 발언도 서슴지 않았고 "그런 인물의 비정상적 득표율은 상식을 벗어난 광란이자, 민주주의의 중대한 붕괴 신호다. 민주당 경선장의 태극기 물결은 차라리 나치당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를 연상하게 했다"고 했다.
심지어 전병헌 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가리켜 '명틀러'라며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 그는 "윤·명의 적대적 공생이 나라를 3년간 비정상의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이제 윤석열과 이재명을 동반 청산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석열이 파면으로 청산되었으니 이젠 이재명 후보 차례다"는 양비론도 퍼부었다.
이런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힘 측 발언과 거의 다를 것이 없는 저열한 수준의 논평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재명 대표는 경선을 치렀고 거기서 90%에 육박하는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대선 후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낙연 전 총리는 그 경선이라도 치렀나?
28일 오전 노컷뉴스 보도를 보면 전병헌 대표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경선의 경우 출마할 사람이 이 전 총리 말고는 없다"며 "사실상 추대 방식을 통해서 대선 후보로 확정돼 있는 상태"라고 했다. 새미래민주당 당원들이 이낙연이란 인물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최소한 당 내 경쟁 절차도 없이 박수로 추대한 것이 과연 민주적이라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최소한 당 내에서 경쟁을 치러 대선 후보를 따낸 이재명 대표가 민주적 절차로 선출됐는지 그저 당 내 정치인들이 박수로 추대해서 대선 후보가 된 이낙연 전 총리가 민주적 절차로 선출됐는지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윤·명의 적대적 공생' 운운하는 것 역시 저열한 네거티브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표는 오히려 윤석열 정부 3년여 동안 윤석열의 하수인이었던 정치 검찰의 마수(魔手)에 걸려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피해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적대적 공생' 운운할 수 있으며 도대체 이재명 대표가 왜 '청산 대상'이어야 하는지 필자로선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낙연 전 총리 측이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9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올리며 최종 후보로 선출된 것을 두고 '민주주의의 중대한 붕괴 신호' 같은 거창한 말을 갖다 붙이며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등 공신이 누구인가? 바로 이낙연 전 총리 본인이다.
4년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작전 세력들의 대규모 유입이 의심되는 3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인해 50.29%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겨 최종 후보가 됐다. 그런데 당시 이낙연 전 총리는 경선 중 사퇴한 정세균, 김두관 두 예비후보의 득표를 트집잡으며 경선 결과에 불복했다.
이낙연계의 불복 행위로 인해 컨벤션 효과를 누려야 할 시점에 도리어 저들의 분탕질만 대문짝만하게 언론에 보도되며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이낙연 전 총리는 자신이 대선 후보로 선출돼야 하는 이유보다는 '이재명이 되어선 안 되는 이유'만 줄곧 설파하는 네거티브 행태를 보였다.
이 전 총리가 마지못해 대선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힌 후에도 이낙연계 의원들 대다수는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에 나서지도 않았고 심지어 정운현, 이상이 등은 끝까지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잡음을 내 원팀 행보를 해쳤다. 또한 자칭 이낙연 지지자였던 '뮨파' 혹은 '똥파리'라 불리는 집단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을 찍는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며 대선에서 모두 윤석열을 찍는 해당 행위를 했다.
명분 없는 대선 완주로 2.37% 득표를 해 민주-진보 진영의 표를 갈라먹어 윤석열 정부 탄생에 일조한 정의당 후보 심상정 못지 않게 어쩌면 심상정보다 더 윤석열 정부 출범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바로 이낙연 전 총리다. 최소한 잡음을 내지 않고 깨끗하게 승복하고 지지자들의 이탈을 말렸다면 이재명 후보가 0.73%p 차로 석패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이 3년 동안 고통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낙연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책임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사죄 한 번 한 적이 있는가? 이재명 대표처럼 윤석열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목숨을 걸기라도 했는가? 정말 그랬다면 버거보살 노상원 수첩에 '이낙연'이란 이름이 안 적혔을 리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아무리 기사를 찾아봐도 노상원 수첩에 이낙연 전 총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는 없었다.
석가모니 부처가 지적했듯이 인간의 욕망이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목 말라진다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낙연이란 인물이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경력 덕이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전까지 이낙연이란 인물은 전라남도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전남지사를 지낸 전형적인 지역 정치인에 불과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국무총리를 지냈고 그 덕에 대선 주자에 명함이라도 올려볼 수 있게 됐다. 그럼 본인이 대선 후보로서의 실력을 증명했어야 했는데 180석 거대 여당 대표로서 제대로 한 게 없었다.
4년 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원외 인사였던 경기도지사 이재명이 대선 후보가 되고 국무총리에 여당 대표까지 했던 본인은 떨어졌던 것은 180석 거대 여당을 이끌고도 기대 이하의 실력을 보였기 때문에 외면받은 것이다. 대통령이 되고 싶었으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광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야 한다.
제6공화국 출범 이후 민주당이든 보수 정당이든 어느 누구도 180석이나 되는 의석을 가진 거대 정당은 없었다. 한마디로 역대 가장 강력한 여당 대표였다는 것인데 그런 실력을 보였으니 선택을 못 받은 것이다. 가장 덩치는 컸으나 가장 허약한 여당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낙연이다.
또한 최근엔 본인이 4선 국회의원에 전남지사를 지낸 것 역시 순수하게 본인의 실력이 아닌 당빨이라는 것도 들통났다. 작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그는 광주 광산구 을에 출마했으나 13.84% 득표에 그치며 선거비용 전액 보전도 못 받았고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후보에게 6배 가까운 격차로 대패했다.
진보 정당의 험지 중 험지인 대구 수성구 을에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새진보연합 오준호 후보가 15.56%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거비용 전액 보전에 성공했고 광주 서구 갑에 출마했던 소나무당 송영길 후보는 옥중 출마라는 페널티를 안은 상태에서도 17.28%를 득표해 선거비용 전액 보전을 받았다. 이와 비교하면 이낙연 전 총리의 성적은 낙제점이란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이렇게 실력이 형편없는 정치인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뭐가 그리도 욕심이 많아서 또 대선에 기웃거리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필자가 장담하건대 이낙연 전 총리가 대선을 완주할 경우 이번엔 선거비용 반액 보전도 못 받을 것이고 늘그막에 험한 꼴만 보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낙연 전 총리가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그는 '민주당'이란 우산 속에서 '호남'이란 텃밭을 끼고 호의호식했던 지역 토호 정치인에 불과한 인물이다. 정치 원로로서 품격을 보여야 할 입장인데 그런 것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낙연 전 총리 본인은 아직도 자신이 대선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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