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는 5월 1일에 총리직을 사퇴한 후 2일 대선에 출마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이런 한 총리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올 것이 왔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필자 개인의 생각을 전달하자면 한 총리의 이런 행태는 정말 염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윤석열 정부는 '실패한 정부'이자 '국민의 심판을 받아 조기에 무너진 정부'다. 윤석열은 2022년 5월 10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2025년 4월 4일 탄핵심판 인용으로 파면됐으니 2년 10개월 25일만에 임기가 끝난 셈이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고작 58%에 불과하다.
하다 못해 일부 국민들에게 조롱을 당했던 박근혜 씨조차도 제 임기의 80%는 하고 파면됐다. 그런데 윤석열은 그 박근혜 씨보다도 더 짧게 제 임기의 겨우 58% 정도밖에 못하고 쫓겨났다. 그나마도 실질적으로 그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한 기간은 2년 7개월 4일에 불과하며 백분율로 환산하면 고작 51.7%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실패한 정부'이자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은 정부'의 2인자였던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실패에 과연 그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에 있어서 결코 무결하다고 할 수 없는 인물이다.
20여 년 전 참여정부는 부동산 문제, 저환율로 인한 수출 저하 등으로 언론의 공격을 받았고 결국 531만 표 차로 대패하며 이명박 정부에게 정권을 넘겨야 했다. 그 당시 친노 세력들은 스스로를 '폐족'이라고 하며 2선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윤석열과 친윤 세력들은 전혀 이 사태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며 오히려 어떻게든 '아바타'를 내세워 정권을 연장할 궁리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권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는 집단이라 해도 무방한 것 같다. 지난해 12월 14일에 윤석열의 2차 탄핵소추안이 간발의 차로 가결되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그간 어떤 일들을 벌였는지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 총리는 국회 선출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의 임명에 대해 '여야 합의'를 핑계로 대며 임명을 보류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여서 심리는 할 수 있으나 선고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빨리 재판관 충원이 이뤄져야 했음에도 한덕수 총리는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재판관의 임명을 제멋대로 미루는 위헌 행태를 저질렀다. 이는 윤석열 탄핵심판을 고의로 방해할 목적이었다 볼 수밖에 없다.
어디 그 뿐인가? 한덕수와 최상목 두 사람 모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동안 12.3 내란 사태의 진상규명과 명태균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윤석열 내란 상설특검은 이미 작년 12월에 통과됐음에도 4개월이 지나도록 후보자 추천을 고의로 회피하고 있고 일반 내란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 등에는 온갖 핑계를 갖다 붙이며 거부권을 행사해 진상 규명을 고의로 방해했다.
작년 12월 3일 밤 당시 입으로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반대했다고 할지라도 몸으로 보여준 행위들이 모두 내란 부역에 해당하는 것 들이었다. 한덕수의 대선 출마 선언은 전두환 정부로 치자면 허삼수, 허화평, 이학봉 같은 자들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기웃거리는 것이나 진배 없는 태도다. 이것을 과연 눈 뜨고 용납할 수 있는가?
필자가 장담하건대 한덕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제2의 반기문 혹은 제2의 황교안이 될 가능성이 99%라고 본다. 한덕수 총리는 우선 선출직 공무원을 한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윤석열의 예시를 들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한 때의 시운을 잘 만난 덕분이었고 지금 한덕수에게는 윤석열 같이 맞아떨어지는 시운이 단 하나도 없다.
이미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은 내란 수괴로 재판을 받고 있고 자신이 속했던 정부는 탄핵심판으로 조기에 붕괴돼 속된 말로 주변이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인데 무슨 '별의 순간'이 오겠는가?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한덕수 총리가 출마할 경우 격차만 조금 줄어들 뿐 국민의힘 다른 예비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2배 안팎의 격차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똑같다.
즉, 국민의힘 일각에서 내세우는 이른바 '한덕수 대망론'은 신기루에 가깝다는 반증이다. 그걸 '선거의 달인'들이 즐비한 국민의힘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억지로 '한덕수 대망론'을 내세우는 것은 질 것이 뻔한 대선에 외부 영입 인사인 한덕수를 고기방패로 내세워 대선 패배 책임을 모면하려는 수작이 아닌지 적잖이 의심까지 된다.
어차피 이번 대선은 틀렸으니 다음 대선을 노리고 그 때까지 터줏대감 대선 주자들의 힘을 온전히 보존해야 하니 적당히 늙었고 당을 살릴 수 있을 만큼의 표는 끌어올 수 있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일회용품처럼 쓰다가 버릴 만한 카드로는 한덕수 만한 인물이 없어서 '한덕수 대망론'을 내세우는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국민의힘의 생각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년 전 박근혜 씨가 파면됐을 당시 보수층은 반기문에게도 러브콜을 보냈고 황교안에게도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반기문은 대선 출마 선언 일주일 만에 '퇴주그릇 논란' 등 온갖 논란을 일으키며 백기를 들고 불출마 선언을 했고 황교안 역시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반기문과 황교안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당시까지 선거 출마 경험이 없는 '늘공' 출신이었다는 것이 크다. 대선 후보 토론회는 본인들이 장관, 총리에 임명되기 위해 거쳤던 인사청문회 수준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살벌하고 잔인한 무대다. 그야말로 사람 하나를 국민들 보는 앞에서 발가벗긴 채로 세워놓고 칼로 찌르는 꼴이나 다름없다. 후보의 사돈에 팔촌까지도 모두 거론되는 것이 대선 후보 토론회다.
그런데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한덕수가 과연 그런 살벌한 검증 무대에서 배겨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정말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12.3 내란 사태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몽땅 다 까발려져 차라리 대선에 안 나오느니만 못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수도 있다. 이는 필자가 단순히 한덕수라는 인물이 싫어서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역사적인 전례가 있기에 그에 비춰 내린 결론이다.
무엇보다 '한덕수 대망론'은 결코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 어차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빙자한 친위 쿠데타 시도로 자폭을 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누가 나가도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가 어렵다. 정녕 당을 살리고 싶다면 현실적으로 20%p 차로 질 것을 10%p 차로 지는 식으로 격차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한덕수 대망론'은 아직 국민의힘 소속도 아닌 한덕수란 나무를 키워서 다른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받을 햇빛을 가리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한덕수란 인물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너무 많이 가다보니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걸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흐름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 주자 선호도 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1강 체제가 지속되고 있고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을 산술적인 합보다도 크다. 하지만 그 격차는 10%p 차 안팎으로 생각보다 그리 큰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대선 가상 대결로 들어가면 2배~3배 차이로 크게 벌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본래 정치는 산수가 아니기에 1 + 1이 무조건 2가 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파면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이기에 가상 대결 당시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율이 예비후보군 지지율의 산술적 합보다 현저히 못 미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가 지적했듯이 윤석열이란 인물은 국민의힘의 결집과 언론들, 정치 검찰들까지 소위 수구 세력들이 대연합을 통해 겨우 당선된 것이다. 그나마도 민주당에서 이낙연이 노욕을 부리며 경선 불복 깽판을 치지 않았거나 심상정이 명분 없이 완주를 하며 표를 갈라먹지만 않았다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 수구 대연합이 산산이 부서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가 출마한다고 한들 제2의 윤석열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늘그막에 험한 꼴만 더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한덕수는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정부 2인자였던 인물로 대선에 출마할 자격도 없는 인물이다. 더 쓴맛을 보기 전에 스스로 대선 출마의 길을 접고 조용히 내란 부역 행위에 대한 심판을 받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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