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이동우·이종현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추진을 두고 충남 교육계가 교육자치 훼손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전시의회(의장 조원휘)와 충남도의회(의장 홍성현)는 지난 23일과 29일 각각 본회의를 열어 ‘행정통합 의견 청취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필요한 기본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양 시·도는 이를 토대로 다음 달 행정안전부에 통합 건의서를 제출하고, 국회에도 통합에 필요한 특별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양 시·도는 지난해 11월 말 통합선언 이후 민관협의체를 구성,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시·군·구별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특별법안은 아직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총 7편 296개 조항으로 구성됐다고 알려진 게 전부다.
그나마 드러난 일부 특례는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제54조(교육감 선출 방식에 관한 특례)에 교육감의 선출 방식을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교육감이 선출직이 아닌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동안 대전충남행정통합민관협의체(공동대표 이창기·정재근)는 교육감 임명직 전환 가능성에 대해 “그 내용은 ‘추후 논의키로 한다’는 식으로 특별법에 넣기로 했다”며 신중함을 보였지만, 최근 충남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다 특별법안에는 영재학교, 국제고, 특수목적고, 외국교육기관 등 특별시 교육국제화 특구 지정에 대한 특례 조항도 포함됐다. 특별시장 소속의 감사위원회의 감사 범위를 교육·학예까지 포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동안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건 공감대 형성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교육계를 중심으로 양 지역의 반발을 우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충남교육청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특별법안은 교육감 선출 방식,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특례부터 교육·학예에 대한 감사까지 교육자치와 직결된 조항을 담고 있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독립성을 침해하고, 현행 지방자치법, 교육기본법 등 일련의 법령과도 충돌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안에 교육자치를 훼손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유감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충남교육청노동조합(위원장 이관우)도 즉각 성명을 내고 “교육자치 무시하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청 노조는 특히 “특별법안 마련 과정에서 운영된 민관협의체에는 교육청이나 충남교육 관련 단체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고 이는 학부모, 학생, 교직원, 교육청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추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와 진보정당 등이 모인 충남교육연대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의 특별법안에는 교육자치에 관한 상당 부분의 권한 이양을 특례로 정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특별시장과 교육감 선출을 러닝메이트제로 운영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수민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교육감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임명된다면 교육정책도 정치적 고려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아이들이 본다”며 “지방교육자치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특별시를 만들겠다는 도지사와 시장의 정치적 계산으로 인해 교육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충남도의회 신영호 의원(국민·서천2)은 의견 청취의 건 표결에 앞서 토론자로 나서 교육계 반발에 대해 “교육계에서 문제 삼은 교육감 선출 방식 등은 교육청 간 교류하면서 교육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지철 교육감께서 느닷없이 교육계가 배제됐다고 문제 삼으시던데 유감”이라며 “논의가 시작된 시점이 언제인데, 아무리 도와 민간협의체가 교육계 인사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교육청이 주체적으로 교육계를 대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충남 교육계가 조직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대전교육청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전과 충남 교육계의 이러한 반응 차이를 두고 행정통합으로 인한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인식 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충남의 경우 도청 소재지와 교육청 등의 물리적 통합 가능성, 학교 배치 구조의 조정 문제 등이 민감한 반면, 대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적다는 해석이다.
다만 전교조 대전지부 박건형 실장은 31일 <굿모닝충청>과 통화에서 “대전시와 시의회가 교원단체는 물론 교육청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행정통합을 추진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또 “특별법안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교육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명백한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이라며 “교육국제화특구 지정 관련 특례도 지역 인재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학교 간 서열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줄 행정통합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하면 안 된다. 조만간 타 단체와 성명을 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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