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 때문"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 때문"
오태규 기자, "다극화하는 세계 흐름 못 읽은 채 미일 해바라기 외교만 펼쳐" 주장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11.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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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새벽 2030 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로 결정되자 낙담한 표정을 짓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형준 부산시장,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모습.(출처 : M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9일 새벽 2030 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로 결정되자 낙담한 표정을 짓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형준 부산시장,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모습.(출처 : M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한국시각으로 지난 29일 새벽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83차 BIE 회의에서 진행된 2030 엑스포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29 : 119라는 무려 4배 이상의 격차로 대패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꿈보다 해몽’에 가까운 정신승리를 늘어놓거나 ‘석패’라는 단어를 쓰며 애써 의미를 축소시키려 애썼다.

본지에서도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 대해 정리했듯이 투표 전에는 ‘대역전극’ 운운하며 희망 회로를 돌리는 현혹성 보도를 주로 늘어놓았고 투표 후에는 ‘석패’ 운운하며 정신승리를 하는 현혹성 보도를 했다. 이들 기성 언론들의 보도 행태야말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니 ‘가짜 뉴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030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선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데 오마이뉴스와 시민언론 민들레에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이 기고한 칼럼이 또 화제가 되고 있다. 오태규 기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가 윤석열 정부의 편향된 외교 노선이 부른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오태규 기자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엑스포 유치 실패의 원인으로 “오일 달러의 힘과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늦게 시작한 유치 활동” 때문이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이고 전형적인 책임 전가라고 주장했다. 또 오일 머니 운운하는 것 자체가 상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일 머니를 운운할 경우 결국 사우디아라바이가 돈으로 다른 나라를 구워삶았다는 식의 비난에 불과하기 때문이고 또 우리나라의 실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오태규 기자의 주장이다. 또한 오일 머니를 걸고 넘어진다면 누워서 침뱉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곁들였다.

우선 우리나라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삼성, LG, SK 등 재벌 총수들을 줄줄이 동원했기 때문이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오일 머니’ 운운하며 비난할 경우 같은 논리로 “그럼 너희도 너희 재벌들 동원해서 표를 구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도 참여해 제 2의 중동 특수를 일으키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치 경쟁 상대였다고는 해도 저런 식으로 비난할 경우 과연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다시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오태규 기자는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유치전에 늦었다는 것도 틀린 말이며 모든 잘못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우기는 윤석열 정부의 고질병이 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윤석열 정부 못지 않게 부산 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였고 그 증거로 가덕도 신공항특별법 통과 및 두바이 엑스포가 열리는 중 두바이를 방문해 유치전을 펼친 것 등을 들었다.

오태규 기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오일 머니도 유치 활동 착수의 지연도 아닌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실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즉, 다극화로 변해가는 국제 흐름을 읽지 못하고 오로지 미국, 일본만 해바라기처럼 추종하는 외교와 가치 외교에 함몰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주요 UN 총회 결의안 찬반 분포를 정리한 도표.(출처 : 시민언론 민들레)

그러면서 최근 UN에서 이뤄진 주요 결의안의 표결 결과를 인용해 한국이 얼마나 다극화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우선 작년 2월과 10월에 있었던 UN 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비난 결의안에 한국은 모두 찬성했다.

이것만 보면, 세계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하는 국가는 불과 48개국 뿐이다. 미국과 영연방 국가, 유럽연합, 그리고 동아시아의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이다. 명분에서는 러시아를 규탄하면서도 국익 면에서는 각국이 실리를 추구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올해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채택된 ‘가자 시민의 생명 보호와 인도 지원에 관한 유엔총회 결의’는 다극화의 흐름을 더욱 확연하게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해 불과 14개국 만이 반대했고, 아프리카와 동남아, 남미 등 대다수의 개발도상국(글로벌 사우스)이 찬성했다. 심지어 G7의 일원인 프랑스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때 우리나라는 엑스포 유치를 의식했는지 기권했다.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표를 던진 나라 수(119표)와 가자 시민의 보호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나라 수(120개국)는 대체로 일치한다. 또 부산과 로마를 택한 표(도합 46표)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나라 수(48개국)도 엇비슷하다. 오태규 기자는 이런 일치가 반드시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 기자는 윤 대통령이 유치 결정 투표 불과 한 달여 전에 경제외교랍시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 주장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그 모습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경제 협력을 구걸하는 한국이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남긴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오 기자가 지적하지 않았지만 그 밖에도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실책은 두 가지 더 있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아세안(ASEAN) 회의에 참석해 아세안 국가들을 향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표결 1주일 전인 지난 22일에 마약 우범국 입국자에 대한 단속 강화책을 발표하면서 주요 타겟이 된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여론을 악화시켰다.

더구나 아세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지지를 호소했는데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과 정상회의를 거쳐 아예 공동선언 형식으로 리야드 개최 지지를 선언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아세안 정상회의는 속된 말로 ‘떡 사먹은’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실책은 바로 남북관계였다. 일단 부산이 한 표,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 노골적으로 척을 지며 북한의 표에 대한 중요성을 애써 무시했다. 남북 관계를 스스로 극한의 대립 국면으로 만들어가면서 기어이 북한이 BIE에 밀린 분담금을 모두 내고 복귀해 리야드를 밀어주는 상황을 초래했다.

거기에 표결 일주일 전에 터진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중단을 발표해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와 DMZ 재무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북한의 표를 날려버린 것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현재 남북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누구나 안전한 나라에서 엑스포를 구경하고 싶어하지 전쟁이 일어나기 일촉즉발의 상황인 나라에서 구경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통상 한국이 국제대회를 유치할 때엔 일부러라도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끝으로 오 기자는 “윤 대통령이 한 달에 1번 이상 외국에 나가고 코피를 쏟을 정도로 시간을 쪼개 수십 개 나라의 정상을 만났는데도 왜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왔는지, 윤 정권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극화된 흐름과 동떨어진 미일 추종 외교와 실리를 저버린 가치 외교가 우리나라를 ‘국제 왕따’로 만든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만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란 말로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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