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4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가치 외교로 인해 파탄이 난 한국의 외교 복원을 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가치 외교는 '국익을 가장 해치는 외교'라고 비판하며 중국 입법부와의 교류로 한중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국회를 향해 조언했다.
소준섭 전 조사관은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역사적 고비마다 침략과 간섭을 당한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이는 고정불변이 아니며 "주체적 역량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그 우열이 변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이 성취한 경제 발전의 요인에도 지정학적 위치가 핵심적 요인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즉, "초대강국 미국과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최대 경제개발도상국인 중국 그리고 군사강국 러시아와 경제대국 일본의 세력이 교차하는, 천혜의 위치에서 달성한 성과"라는 것이 소 전 조사관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국제정치상 요충지인 발칸반도와 비교, 대조하며 근거를 댔다.
발칸반도는 다수의 국가들이 병립하고 있어 특정한 한 국가에 대한 집중도와 중요도는 필연적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지만 한반도는 오직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로서 그 지정학적 핵심적 중요도가 집중되고 그만큼 우리의 전략적 가치, 즉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가치 외교'는 이 나라의 '전략적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가장 어리석은 외교 행태라고 소 전 조사관은 지적했다. 그 예시로 2023년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중국 수출은 309억 8천만 달러 적자로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점을 들었다. 대중국 경상수지는 지난 2022년 2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보였으며 2022년 기록한 84억 5천만 달러의 적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그 이유는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급변침’한 결과로 2010년 이후 윤정부 출범 전해인 2021년까지 11년 동안 대중 교역에서 무려 연평균 455억 9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무역흑자의 84.3%를 차지했지만 이른바 '가치 외교'로 지나치게 중국을 자극했기에 흑자국에서 적자국이 된 것이다.
소준섭 전 조사관은 윤석열 정부와 전혀 다른 외교행보를 보이는 나라로 베트남을 언급하며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철저하게 ‘균형 외교’를 취하며 몸값을 최대한 높이면서 최대의 국익(national interest)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그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소 전 조사관은 "윤석열 정부가 금과옥조로 모시는 ‘윤석열식 가치외교’의 공허함과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엉터리 같은 '가치 외교'의 핵심에 있는 인물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꼽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한일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체결 추진을 주도하였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지원 역할을 강조하는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소 전 조사관은 국제정치학에서 한 가지 유명한 명제인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오늘의 미국은 과거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super power), 초강대국이던 그 미국이 아니고 일본도 과거 우리가 모방하던 그 일본이 아니며 우리도 과거의 우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즉, 지금의 한국은 더 이상 한국전쟁 이후의 폐허 국가가 아니며, ‘고래들 사이에 낀 새우’처럼 허약하고 종속적이기만 했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작금의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상어가 될 수 있고 고래가 될 수도 있다. 주변 국가들을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형성되었고, 그만한 위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노(NO)”라고 할 수 있고 있어야 하고 그렇게 주체적으로 나아갈 때 우리의 전략적 가치와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는데 '윤석열식 가치 외교'는 아주 초보적이며 대단히 위험스러운 외교 행태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추수(追隨) 외교가 그것이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와 거의 ‘무관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굳이 개입하면서 중국의 핵심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자유’를 외치면서 멀리 우크라이나에까지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와 노골적으로 적대하고 있다.
소 전 조사관은 "대한민국의 외교는 일보도 전진하기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며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이어 국가의전 서열 2위의 위상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자 입법부 수장으로서 윤석열 정부가 수렁에 빠뜨려놓은 외교를 바로잡아야 할 임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문한 것이 엉망이 된 대중국 외교 분야였다. 소 전 조사관은 "입법부 차원에서 중국 전인대(정확한 용어로는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초청 및 방문 등 전인대와의 교류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악의 상태에 놓인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그의 말은 여러 모로 새겨들을 점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 외교와 정반대되는 외교 사례가 우리 역사에도 있었다. 바로 고려였다. 고려시대는 유난히 외침(外侵)이 많았던 시대였는데 그 이유가 다원적인 국제질서가 500년 내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반도와 남만주에 고려가 있었고 북만주와 몽골, 중앙아시아에 걸친 넓은 영토를 아우른 요, 금, 원 등의 북방민족 국가들 또 중원의 한족 국가인 송나라와 탕구트족 국가인 서하까지 칭기즈 칸의 몽골제국이 출범하기 전까지 고려-요(금)-송-서하 4강 체제가 굳건하게 이어졌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독주하지 못했다.
요나라나 금나라가 중원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배후의 고려를 안정시켜야 했고 송나라가 북방민족 국가인 요, 금 등을 방어하기 위해선 고려와의 연대가 필수였다. 고려는 이 점을 알고 요나라, 금나라와 송나라 사이에서 등거리 실리 외교를 펼치며 국익을 최대한으로 누렸다.
고려가 비록 송나라에 비해서나 요나라, 금나라에 비해서나 영토가 작고 인구가 적었을지 몰라도 절대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위상을 지닐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 등거리 실리 외교였다. 소준섭 전 조사관의 조언도 바로 이 고려시대의 등거리 실리 외교를 본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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