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작년 11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29 : 119라는 4배 이상의 격차로 참패를 당했다. 이 결과만으로도 부끄러운데 최종 프레젠테이션 영상에선 발표되고 이미 11년이나 지나 유행이 많이 지났을 뿐 아니라 부산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등 졸작이었음이 드러나 더더욱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최근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작년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한다며 부산광역시가 쓴 예산 330억 원의 집행 내역을 뉴스타파가 검증한 결과, 해외보다 국내 홍보에 더 많이 쓴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엑스포 개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표권이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홍보 전략을 세웠어야 하는데도, 정작 부산시는 국내 홍보에 더 열을 올린 것이다.
또한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의 가장 중요한 활동의 하나인 해외 홍보에 배정된 예산에 대해서는 “외교 관계”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구체적 사용처의 공개를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와 언론은 부산의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 탓으로 돌렸지만 실상 부산은 질 만해서 리야드에 진 것이었던 셈이다.
작년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3,200억 원에 이르지만, 지금까지도 정부는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뉴스타파가 개최 후보 도시 당사자인 부산시가 홍보·유치비 명목으로 330억 원을 쓰고 남긴 1,261건의 예산 지출 기록을 모두 확보해 예산 검증에 나섰다. 작년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배정한 예산은 약 330억 원인데 이 중 300억 원가량이 ‘유치·홍보비’ 명목으로 쓰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종합홍보용역비로 105억 원, 해외유치 홍보활동 종합용역비로 76억 원이 집행됐다. 181억 원에 이르는 두 용역 모두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이 따냈다. 181억 원의 종합용역비 외에 나머지 118억 원의 홍보 유치비를 1차로 분석했다. 그 결과, 해외보다 국내 홍보 비용을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MBN, TV조선 등 국내 매체에 들어간 홍보비가 43억 5천만 원. 반면, BBC, CNN 등 해외 매체에 들어간 홍보비는 27억 7천만 원이었다. 또한 지하철, 택시 등 국내 광고물에는 26억 8천만 원, 해외 광고물은 그보다 6억 원이 적은 20억 8천만 원이 투입됐다. 부산시가 국내 언론과 광고에 쓴 홍보비는 다 합해 70억 3천만 원, 반면, 해외 홍보비는 이보다 22억 원이 적은 48억 5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국내 홍보비와 해외 홍보비가 각각 6대4였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은 BIE, 즉 국제박람회기구에 속한 17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따라서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실제 투표권이 있는 국가의 표심을 움직이는 홍보 전략을 짜고 예산 집행도 여기에 맞춰야 했지만, 부산시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단일 홍보 예산 집행액으로 가장 많은 1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간 tvN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한국어로 제작되고, 한국인 시청자를 겨냥한 이 예능 프로그램이 실제 투표권이 있는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을 포함해 국내 언론과 광고에 쓴 70억 원대 홍보비는 결국, 실제 투표권이 있는 국가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 채, 국내 방송·신문사만 배불리는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내 언론사별로 지원받은 엑스포 홍보 예산을 살펴보면 종편 채널이 눈에 들어온다.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비 명목으로 MBN, 채널A, TV조선 등 종편채널에 지원된 세금은 8억 원이 넘는다. MBN은 작년 3월 <2030월드엑스포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다>라는 제목으로 47분 남짓한 방송 한 편을 만들었는데, 부산시로부터 제작비와 송출료 등으로 세금 2억 5,000만 원을 받았다.
또 다른 종편, 채널A가 만든 <당신이 몰랐던 엑스포 x파일>두 편에도 MBN과 같이 부산시로부터 세금 2억 5천만 원을 받았다. TV조선에도 <2030 월드엑스포 대백과 로드 투 부산>이라는 방송에 1억 원이 지원됐다. 또 부산시는 TV조선에 공익캠페인 광고비로 2억 원 등 모두 3억 원의 홍보비를 지원했다. 그렇게 막대한 세금을 들여 만든 종편 방송의 내용은 당연히 엉터리에 가까운 오보 투성이였다. 특히 채널A의 경우는 투표 판세가 80 : 87까지 따라붙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도 했는데 그 가짜 뉴스의 진원지는 바로 윤석열 정부였다.

이에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뉴스타파에 "일부 언론은 마치 부산이 유치가 될 것처럼, 또는 박빙인 것처럼 오보에 가까운 왜곡된 보도들이 나왔단 말이에요. 거기에 앞장선 언론이 TV조선, 채널A 등 종편이었어요. 지금 와서 보니 이런 광고비를 받고 그렇게 오보에 가까운 편향된 보도를 한 게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들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최종 투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해외 언론보다 국내 언론에 홍보를 치중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개최지 투표를 직전에 둔 지난해 11월 한 달간, 부산시가 국내 언론에 지출한 광고비는 10억 원이 넘는다. 작년 11월, 한 달간 부산시는 개최지 선정 투표일로부터 D-30, D-7, D-DAY 등 세 단계로 나눠 국내 신문 광고비로 5억 8,800만 원, 국내 방송 광고비로 3억 2,000만 원 등 2023년 11월 한 달간 국내 신문과 방송을 모두 합해 11억 8,800만 원의 광고비를 썼다.
그 밖에 부산시는 빅인플루언서들이 만든 각종 유튜브 채널에도 엑스포 홍보비를 줬다. 모두 6개 유튜브 채널이 부산시로부터 받은 세금은 3억 5,000만 원에 이른다. 이것만으로도 어처구니가 없어 보이지만 더 어처구니 없는것은 따로 있다.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와 ‘THE윌벤쇼’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부산 엑스포 홍보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이 채널 영상엔 ‘그린클 챌린지’가 소개되어 있다.

'꽉잡아윤기'는 작년 4월 28일에 홍보 영상을 올렸고 ‘THE윌벤쇼’는 7월 7일에 올렸다. 두 영상에 각각 세금 6,050만 원과 4,200여 만 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THE윌벤쇼’의 영상이 업로드 되기 9일 전인 6월 26일에 서울과 부산에 설치돼 있던 '그린클 챌린지 부스'가 철거됐다는 점이다. 결국, 그린클챌린지를 소개하면서 엑스포를 홍보하겠다며 수천만 원의 세금이 들어간 엑스포 홍보영상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THE윌벤쇼’가 만든 홍보 영상에는 다른 영상과 달리 부산시로부터 세금을 지원받았다는 고지도 없다. 부산시가 엑스포 홍보 예산을 집행하면서 그 결과물을 제대로 검수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부산시는 뉴스타파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엑스포 유치 지지를 높이기 위한 국내 홍보는 필수적”이라면서 “부산시에서 국내 홍보의 많은 부분을 담당했고, 정부 유치위원회가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홍보를 주로 담당했다”고 해명했다.
종편에 집중된 홍보비에 대해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국가적 과제”라면서 “전 국민이 시청 가능한 채널로, 한정된 홍보비 내에서 효과적인 홍보 매체를 선정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투표 한 달 앞두고 집중된 홍보비에 대해 부산시는 “유치 의지 결집을 위한 대국민 홍보가 필수적”이었다며 “각계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유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홍보 방안”이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부산시가 제작을 지원했다는 문구는 없었다”며 일부 유튜브 영상에 세금 지원을 밝히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검수 책임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또 부산시는 작년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의 하나인, '해외 유치 홍보 활동'의 구체적 내역에 대해서는 “외교 활동 관련 상대국의 비공개 관례 등 국제적 신뢰 관계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의 예산 내역은 점점 더 불투명하고 비밀스럽게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언론의 기본 업무가 권력 감시라는 점을 볼 때 의도적으로 감시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결국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실패할 만해서 실패한 것이었지 결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 탓으로 돌릴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엉망진창이었던 상황에서 개최에 성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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