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한 것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녹취록이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공개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밤 9시 30분 새로운 녹취록을 추가 공개했는데 이 역시 충격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민주당은 31일 밤 공보국을 통해 2022년 6월 중순쯤 녹음된 명태균과 김영선 전 의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을 들어보면 명태균이 김영선 전 의원을 다급하게 부르며 "하지 마라니깐요. 대통령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래요? 본인이 대통령입니까? 내가 지시받았댔잖아. 오더 내려왔다 했잖아"라며 심하게 화를 냈다.
그런데 명태균의 입에서 계속해서 오르내리는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은 바로 김건희 여사였다.
명태균은 대놓고 김영선 전 의원을 향해 "본인이 그러면 김건희한테 얘기하소, 고마(그냥)!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혹은 "두 번이나 전화 왔어요! 두 번이나! 정리해달라고.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할 거 아닙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라며 김건희 여사의 눈에 잘 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무런 공적 권한이 없는 김 여사에게 딱 붙어야 김영선 전 의원이 6선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은 어떤 점에서 봐도 비상식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태균의 입에서 나온 김건희 여사에 대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명태균은 계속해서 김 전 의원에게 화를 내며 "내가 그러면 그 앉아갖고 그 언론사 해갖고 요리조리 해갖고 언론사 장사, 장사 해무까예(해먹을까요)? 예? 그럼 김건희, 대통령, 김건희하고 대통령이 내보고 뭐라 카겠습니까?"라고 하자 김 전 의원은 "장사하라는 얘기가 아니야"라고 소극적으로 대꾸했다.
이에 명태균은 "하지 마이소. 모르는 건 하지 마라니깐예(마라니까요). 안전한 거는 본인이 안전한. 본인이 안전하게 하이소(하세요), 제발. 본인이 왜 판단합니까? 오야(우두머리)가 위에서 쏘라 카면 쏴야지"라며 김영선 전 의원더러 시키는대로만 움직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계속해서 명태균은 김영선 전 의원을 향해 "본인이 오야입니까? 본인 그 김건희한테 가서 김건희한테 뭘 말이라도 똑바로 해요? 김건희가 권력을 쥐고 있잖아요. 권력 쥔 사람이 오더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 합니까?"라고 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건희 여사를 가리켜 '권력 쥔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대통령 배우자에 불과한 김건희 여사가 사실상 이 윤석열 정부의 '실세'라는 뜻으로 이는 본지와 서울의소리, 저널리스트 등이 공동 송출한 '김대남 녹취록' 속에서 나온 발언과 거의 일치하는 부분이다.
또 명태균은 자신이 그 날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도 언급했는데 김 전 의원이 명태균의 계속되는 질타에 "하지 말라는게 아니잖아"라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자 "본인 거, 본인 거 다 윤석열이랑, 오늘 전화해서 윤석열이 뭐라 카는지 압니까, 내한테? 시키면 왜 시키는 대로 안 합니까? 자꾸! 본인 생각이 왜 필요해요?"라며 대통령 내외가 시키는대로만 하라는 식으로 발언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끝으로 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대화가 오간 시점은 2022년 6월 중순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의 일이다. 따라서 명태균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의 해명은 거짓말임이 또 한 번 드러난다.
이번 대화 녹취록에서 엿볼 수 있는 건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밑에 명태균이 있고 그 밑에 김영선 전 의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3자 간의 관계는 지주와 소작농 그리고 마름을 연상하게 한다.
즉, 지주인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창원시 의창구란 논밭을 김영선 전 의원에게 '소작'을 줬고 명태균이 윤 대통령 내외 대신 '소작농' 김영선 전 의원을 관리하는 마름이나 다름 없다. 대화 내내 명태균이 김영선 전 의원을 윽박지르고 김 전 의원은 변변한 항의조차 못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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