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당시 명태균 뿐 아니라 수백 명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며 명태균과 거리가 멀었고 그의 역할도 작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통령실 또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선을 그은 바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도 물밑 조율한 걸로 알려진 함성득 교수의 증언은 이와 달랐다.
13일 밤 JTBC 단독 보도로 알려진 함성득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2021년 6월 중하순경에 명태균이 윤석열 후보 캠프에 찾아와 선거 전략을 브리핑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이 자리엔 윤석열 캠프 관계자 대여섯 명과 김건희 여사가 있었다고도 했다. 함 교수는 이 자리에서 명태균이 경선 규칙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토끼와 거북이'를 예로 들었다고 했다.
그는 "땅에서 달리면 토끼가 이기지만, 바다로 가면 거북이가 이긴다"며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씩 합산해 반영하는 방안이 윤 후보에게 유리하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70%까지 늘리면 홍준표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또 경선 직전에 당 대표가 된 이준석 대표를 어떻게 끌어올 지를 비롯해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도 이 자리에서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명태균은 JTBC 취재진에게도 "캠프 만들 때 이 사람 써야 하나 톡으로 말하는… 진짜 입당 날짜 내가 까줘요?"라며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자신이 조언해줬다고 말한 바 있었다.
함 교수는 김 여사와 캠프 관계자를 상대로 한 명태균의 설명이 30분 넘게 이어졌다고도 했다. 앞서 명태균에 대해 대통령실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었지만 함성득 교수의 증언을 참고할 때 이 또한 거짓말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등이 당시 명태균을 초대해 선거 전략 브리핑을 들은 사실이 있느냐는 JTBC 측 질문에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함성득 교수는 이 자리 외에 자신과 명태균, 김건희 여사 등이 별도로 모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것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함성득 교수의 충격적인 증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당시 했던 발언과 달리 그의 조언을 받기 전 대통령 부부가 일종의 '인사검증 과정'을 거쳤다고도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곁에 둘 중요한 참모를 고를 때나 거칠 법한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 된다.
함성득 교수는 JTBC 취재진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2021년 6월 11일 이후 명태균의 이름이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오르내렸고 그 덕에 자신도 알게 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김영선 전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이준석 대표와 그의 멘토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며 명태균을 추천했다고 한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자신에게 명태균에 대한 인사 검증을 지시해, 수일 간에 걸쳐 사전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함 교수 본인이 직접 다수의 여권 인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명태균이 실제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정치권에 인맥이 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단일화에도 관여하는 등 선거 전략이 괜찮다는 평을 듣고 윤 대통령 부부에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함 교수는 명태균 특유의 과장스러운 화법이 우려되고 과거 사기 전과가 있는 점 등도 모두 윤 대통령 부부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함 교수는 김 전 의원과 또 다른 국민의힘 현역 의원과 함께 명태균을 만나 직접 면접을 봤고 이런 절차가 모두 끝난 직후인 2021년 6월 18일에야 명태균이 김건희 여사와 처음 만났다고 했다.
이런 꼼꼼한 확인을 거친 후에야 명태균이 김건희 여사와 캠프 관계자들 앞에서 선거전략을 브리핑했던 것이다. 이에 JTBC는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 부부가 함 교수에게 명 씨의 신상 검증을 비롯한 신뢰도를 조사하도록 지시한 게 사실인지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함성득 교수의 말이 사실일 경우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그가 김건희 특검법에 기를 쓰고 거부권을 남발하며 국회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을 상대로 기싸움을 벌이는 것인지도 설명이 된다.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파장은 비단 김건희 여사 뿐 아니라 윤 대통령 본인에게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