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0일 국민의힘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김문수 후보 교체 시도 사건'은 결국 국민의힘 당원들에 의해 저지되며 미수로 끝나게 됐다. 하지만 이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희대의 막장 정치 코미디로 인해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스스로 자신들의 종말을 앞당기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거 같다.
다시 처음부터 이 일련의 사태를 반추해 보면 정말 말이 안 되는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김문수란 인물의 호오(好惡)를 떠나서 그는 어쨌든 국민의힘 당원들에 의해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사람이고 경선을 위한 기탁금도 1억 씩 3차례나 꼬박꼬박 내면서 경선을 치러 후보직을 따낸 사람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김문수가 후보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약속을 지키라'는 논리였다. 물론 김문수 후보가 '김덕수' 운운하며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강조하긴 했다. 하지만 그는 "한덕수'와' 단일화를 하겠다"고 했지 "한덕수'로' 단일화를 하겠다"고는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문수 측이 주장한 한덕수'와' 단일화가 아닌 한덕수'로' 단일화를 강요하고 나섰다. 돈 3억을 내면서 경선을 치렀고 다른 경쟁자들 다 이기고 우승했더니 우승 트로피를 주지 않고 경기를 뛰지도 않은 다른 선수에게 트로피를 넘기라고 하면 김문수 후보 측 입장에서 분통이 안 터지는 게 비정상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터진 것이 바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작심 폭로였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한덕수 대망론'의 진원지가 용산 대통령실과 '쌍권'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지도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그 세력들이 윤석열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만들려고 했다고도 폭로했다.
즉, 이미 내란 수괴 윤석열이 파면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력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한덕수를 아바타로 내세우고 막후에서 상왕 노릇을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의 말에 반신반의했으나 돌아가는 양상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막장 블랙 코미디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게 당 지도부가 '약속' 운운하며 억지로 김문수 후보 측에 단일화 협상 압박을 넣고 김문수 후보 측에선 계속 버티는 행태가 이어지자 급기야 강제로 후보직을 박탈하고 한덕수 전 총리를 꼼수 입당시켜 일방적으로 대선 후보로 추대하려는 막장 사태를 벌였다.
이 사태가 얼마나 막장이었냐면 10일 새벽 1시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헌 제74조의2와 대통령후보자선출규정 제29조 등을 근거로 들며 김문수 후보의 후보직을 강제로 박탈했다. 그런 다음 새벽 2시에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대통령 후보자 선거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올렸는데 그 기한이 그 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였다.
그 1시간 동안에 이력서를 포함한 총 32종의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대출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1시간 사이에 32종의 서류를 오프라인으로 떼어서 제출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10일은 토요일이었고 심지어 그 32종의 서류 중 세금납부 및 세납증명에 관한 현황서는 5월 10일 당일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발급 서비스 중지 기간이어서 그 시점에 준비 자체가 불가능했다.
놀랍게도 한덕수는 그 32종의 서류를 제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덕수 측이 이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날치기로 후보 교체를 시도했던 것이다. 이는 당헌당규 위반임과 동시에 헌법 8조 2항인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를 위반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국민의힘의 막장 행태는 전 세계 민주공화국 정당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이미 이들의 행태는 정당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하기 그지 없다.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지려고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왜 한덕수인가?"다. 김문수 후보가 지난 3일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래로 국민의힘 지도부는 마치 23년 전 새천년민주당의 후단협 사태 때처럼 김문수-한덕수 두 사람이 선의의 경쟁을 통한 단일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주기보다는 김문수 후보더러 한덕수 후보 측에 머리를 숙이고 그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하도록 강요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처음부터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한덕수로 점지했다면 경선은 도대체 왜 치른 것인지도 의문이며 경선에 참여했던 그 8명의 예비후보들은 모두 '한덕수를 위한 들러리'였다는 것밖에 안 된다. 아울러 국민의힘 당원들 역시도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은 것이 아닌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후보'를 뽑은 것에 불과했다.
차라리 대선 후보 경선을 안 치렀더라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선은 경선대로 치렀고 경선이 끝나자 당 지도부가 자당 소속 후보를 지원하기는커녕 아직 외부인이었던 한덕수 전 총리가 마치 자당 후보인 양 그에게 후보직을 넘길 것을 강요하는 촌극을 벌였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정당인가?
그런데 홍준표 전 시장의 주장대로 여기에 윤석열이란 인물을 집어넣으니 그런대로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 다들 겪어서 알다시피 윤석열이란 인물은 무능하고 부패한 인물이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은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인물이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도 12.3 내란 사태에 대해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인물이 비록 파면돼 쫓겨났다고 해서 호락호락 뒤로 물러설 리가 없다. 과거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3선 제한에 걸려 대선 출마를 할 수 없었을 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바지 대통령'으로 세우고 자신은 실세 총리로서 정계에 영항력을 행사했고 다시 대통령에 올랐던 것처럼 윤석열 역시 그런 상황을 꿈꿨을 수 있다.
내란죄의 형량을 보면 내란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단 3가지 뿐이고 이미 윤석열은 권좌에서 쫓겨난 인물이다. 권력에 대한 탐욕은 넘쳐나는 인물이 자신이 곧 죽을 목숨이라는 걸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신이 대통령이었던 시절 2인자였던 한덕수를 한국판 메드베데프처럼 '바지 대통령'으로 세우고 자신은 한국판 푸틴처럼 '실세 총리'가 되어 부활을 꿈꾸는 시나리오가 한낱 음모론일까?
그간 우리가 윤석열이란 인물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와 시나리오 중에선 '음모론'으로 치부했던 것이 나중에 다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낸 원인이 된 비상계엄 선포 역시 처음엔 '음모론'에서 출발했다는 걸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어찌 됐든 이번 사태로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의 정당이라고 할 수 없는 막장 이익집단으로 전락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국민 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알면 내란 수괴를 대놓고 옹호하는 것도 모자라 내란 수괴의 입맛에 맞는 대선 후보를 내세우려 당원이 뽑은 후보마저도 갈아치우려 하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
안 그래도 이번 대선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과 그 과정에서 자행된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석열 방탄' 행태로 인해 불리한 국면에서 출발했고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도 김문수든 한덕수든 두 사람 모두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큰 격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보수 단일 후보로 김문수 후보가 됐든 한덕수 후보가 됐든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는 반면 무당층 비율에서만 차이가 났다. 즉, 김문수-한덕수 두 사람의 지지층은 서로 겹치며 단지 무당층으로 숨었던 국민의힘 지지층을 누가 더 선거에 많이 불러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란 뜻이다.
단일화가 원만하게 이뤄졌다고 해서 특별한 시너지 효과가 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단일화를 통해 상대 후보의 표를 깎아와야 하는데 전혀 깎아내지 못한다면 단일화는 하나마나인 것이다. 그런데 그 단일화조차도 온갖 파열음을 내며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했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긴커녕 도리어 서로에게 앙금만 남아 집토끼조차도 제대로 모으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말대로 "한×(윤석열)이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 하더니 두×(권성동, 권영세)이 한밤중 후보 약탈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 꼴이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더라도 깨끗하게 져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인데 추잡한 꼴은 다 보였으니 과연 이 당이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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