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컬처 픽] 케데헌 노리개·무기의 충격적 고증?

고증이 갖는 절대 가치와 보편적 가치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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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한국적 요소는? 보통은 호랑이, 까치 그리고 저승사자 갓, 무대 디자인에서 단청이나 일월오봉도 같은 우리 전통 요소를 적용했다고 언급된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합성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한국적 요소는? 보통은 호랑이, 까치 그리고 저승사자 갓, 무대 디자인에서 단청이나 일월오봉도 같은 우리 전통 요소를 적용했다고 언급된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합성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한국적 요소는? 보통은 호랑이, 까치 그리고 저승사자 갓, 무대 디자인에서 단청이나 일월오봉도 같은 우리 전통 요소를 적용했다고 언급된다.

사실 이 정도는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고 그 뒤에 알면 알수록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반성과 성찰을 동시에 하게 되는 요소들이 많다.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놀라는 게 있는데 멤버의 포인트 복장은 물론 노리개의 디자인과 각종 무기류에 들어가 있는 고증이 놀라움을 넘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심지어 칼에서 나오는 이펙트에도 전통 문양과 유산을 환상적으로 적용했다.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했나 싶은 마음이 반복해서 볼수록 더 들게 된다.

더 경탄이 나오는 건 사소한 소품에서조차 한국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무속이 화려하게 나래를 펼친 점이다. 그것에 대한 해설도 없어서 따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노리개는 여성들의 저고리나 치마에 달던 장신구로 헌트릭스 멤버들이 반바지 바지춤에 착용했다. 멤버의 윗옷에는 단청이나 한복 문양, 민화 스타일의 포인트를 줬기 때문에 반바지 노리개가 상하 균형을 맞춘다.

노리개에 ▲벌매듭 ▲국화매듭 ▲생쪽매듭 ▲나비매듭 등 다양한 매듭이 사용되어 자연과 인문적 미학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시그니처 장신구처럼 착용하는 것이 노리개인데 멤버별로 디자인이 달랐다.

노리개에 ▲벌매듭 ▲국화매듭 ▲생쪽매듭 ▲나비매듭 등 다양한 매듭이 사용되어 자연과 인문적 미학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시그니처 장신구처럼 착용하는 것이 노리개인데 멤버별로 디자인이 달랐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
노리개에 ▲벌매듭 ▲국화매듭 ▲생쪽매듭 ▲나비매듭 등 다양한 매듭이 사용되어 자연과 인문적 미학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시그니처 장신구처럼 착용하는 것이 노리개인데 멤버별로 디자인이 달랐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

루미의 경우 보라색으로 꼼꼼한 당초무늬 매듭이 십자형을 이루면서 동서남북으로 끝에 매듭이 꽃처럼 맺혀 있다. 작품 내용 중에 황금 혼문을 상징하는 듯한 원형 장식이 띠돈 부위를 둥그렇게 둘러싸듯이 장식하고 있다.

미라의 경우 노리개의 전체 색깔은 분홍색인데, 분홍색을 연상할 수 있듯이 하트 모양의 매듭이 있다.

이러한 점은 단순히 전통적인 문양만이 아니라 서양의 문화 기호도 주체적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여름에는 은이나 옥, 봄과 가을에는 밀화나 호박 등을, 겨울에는 금을 달았는데 이점도 현대적으로 진화시켰다.

루미는 보라색 계열의 비취색 꽃 모양의 보석을 달았고 퇴마의 느낌을 주기 위해 방울 종을 제법 크게 달았다.

반면 미라는 방울은 상대적으로 작게 하고 진분홍색의 큰 보석을 하트 모양으로 크게 달았다. 굵은 봉술 실은 양 갈래머리를 내린 듯한 모습(낙지발술)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로 루미와 조이의 캐릭터를 형상화한 장식을 내려 포인트를 보여주는 게 이채롭다.

조이는 띠돈 부위에 종을 두 개나 달고 있는데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 모양의 옥 장식을 상대적으로 크게 달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새긴 띠 걸이를 토끼 등의 캐릭터와 같이 겹으로 걸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울러 오방색 가운데 빨강·노랑·파랑의 세 가지 색상의 천으로 장식해 균형을 이뤘다. 노리개를 윗옷이 아니라 바지에 착용한 점은 현대적인 키링 패션과 맞물리는 것이며 특히 요즘 여성들의 활동성과 맞물린다.

이전에 헌터 활동을 했으며, 루미를 포함한 세 멤버를 키워낸 멘토 셀린은 전통적인 스타일의 노리개를 착용한다. 이로써 현대와 전통을 모두 놓치지 않는 면모를 보여준다. 거꾸로 전통 노리개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힙한 노리개가 나왔음을 상징한다.

미라의 무기를 보면 기본·월도·곡도·창·무당 지팡이 등이 있다. 미라의 무기는 대체로 긴 손잡이가 있는데 기본 무기는 긴 창에 월도와 곡도를 결합한 듯하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
미라의 무기를 보면 기본·월도·곡도·창·무당 지팡이 등이 있다. 미라의 무기는 대체로 긴 손잡이가 있는데 기본 무기는 긴 창에 월도와 곡도를 결합한 듯하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
조이의 무기에는 기본 칼·신칼·뼘창(한 뼘 할 때 뼘)·무당 칼·사슬 달린 칼 등이 있다. 특히 제주도 신칼을 기본으로 해서 조이의 무기를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
조이의 무기에는 기본 칼·신칼·뼘창(한 뼘 할 때 뼘)·무당 칼·사슬 달린 칼 등이 있다. 특히 제주도 신칼을 기본으로 해서 조이의 무기를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

한편, 이들이 퇴마사로 활동하며 사용하는 무기들도 전통 양식과 문양을 현대화했다.

미라의 무기를 보면 기본·월도·곡도·창·무당 지팡이 등이 있다. 미라의 무기는 대체로 긴 손잡이가 있는데 기본 무기는 긴 창에 월도와 곡도를 결합한 듯하다.

월도는 두 가지 유형으로 하나는 좀 날렵하고 다른 하나는 두툼한 날을 갖고 있어 위협적이다. 둘의 공통점은 방울이 달려 있다는 점이다. 곡도는 방울은 없고 노리개가 있는데 창은 노리개는 없고 방울을 장식하고 있다.

무당 지팡이는 세 개인데 모두 방울이 많이 달려 있으며 하나는 끝에 초승달이 누워 있는 형상이고 다른 하는 큰 방울이 세 개가 하나를 이룬 듯하다. 여기에 편곤·참수 칼·삼지창도 있다.

조이의 무기에는 기본 칼·신칼·뼘창(한 뼘 할 때 뼘)·무당 칼·사슬 달린 칼 등이 있다. 특히 제주도 신칼을 기본으로 해서 조이의 무기를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신칼은 무녀가 영적인 의식을 할 때 사용한다. 신칼에서 은장도에 이르기까지 아기자기한 무기가 기본이다. 무당 부채, 선녀 부채 등은 우아하지만 화려하기도 하고 사슬 달린 칼은 화려하지만, 매서운 채찍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루미의 무기는 미라나 조이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사인검’이 압도적이다. 조선 시대 사인검(四寅劍)을 기본으로 했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
루미의 무기는 미라나 조이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사인검’이 압도적이다. 조선 시대 사인검(四寅劍)을 기본으로 했다. (이미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공)

루미의 무기는 미라나 조이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사인검’이 압도적이다. 조선 시대 사인검(四寅劍)을 기본으로 했다.

본래는 인검(寅劍)인데 4인(寅)은 호랑이 넷을 가리킨다. 호랑이해(寅年), 호랑이달(寅月), 호랑이날(寅日), 호랑이시(寅時), 즉 '인'자가 네 번 겹치는 때 만드는 칼이다.

이렇게 4인이 들어야 하기에 12년에 한 번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호랑이를 중시한 것은 호랑이의 위력을 빌려 벽사를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즉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는 칼인데 무엇보다 왕이 쓰던 칼이다. 사인검으로 왕실과 궁중의 안녕을 도모하려 했다. 소중한 칼이기에 만들기 반년 전부터 칼 장인은 몸을 정갈하게 해야 했다.

헌트릭스 리더이자 중심인물인 루미의 시그니처 무기인 사인검을 휘두를 때 이펙트도 범상치 않게 해야 하는데 이 점에 케데헌은 부합했다.

초기 이펙트 디자인은 워낙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사인검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그 이펙트 디자인은 단청 무늬에 기반을 두고 있고 다른 하나는 검에 따라 혼문실과 음파가 융복합적으로 절묘하게 시각적 효과를 낸다.

이전의 고대 헌터들이 사용한 석장·쌍검·각궁이 있는데 석장(錫杖)은 승려들이 사용하던 지팡이로, 깊은 역사와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쌍검(雙劍)은 김명윤 유품 쌍검에서 영감을 받은 모양새로, 날렵하면서 매섭게 파고드는 힘을 느끼게 하고 각궁(角弓)은 한국 전통 활로 각궁은 정확하면서 강력한 원거리를 가르는 화살을 연상하게 한다.

이런 봉테일(봉준호 연출 방식) 저리 가게 만드는 세밀한 고증은 대체 불가능의 절대 가치를 구가하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 가치를 형성한다.

이렇게 케데헌에서 실제 전통문화 유산에 바탕을 둔 ‘절대 가치’(Absolute Value)는 세계 일반인들에게 보편적인 가치가 될 만큼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아울러 발터 벤야민이 강조했던 진품의 아우라가 갖는 가치는 커졌다. 즉 진짜 실물을 찾거나 경험하려는 욕구를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외국인들까지 미어터지는 이유가 될 것이다.

어린이들이나 보고 케이팝 팬에서나 수용되고 말 것 같은 케이팝 오컬트 애니메이션이 한국의 문화유산만이 아니라 한국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만들 수 있다.

이번에 외연을 넓혀준 케데헌 사례에서 반성과 성찰을 기하고 더 수준 높으면서 대중성 있는 케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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