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지난 6월 하이브가 공식적으로 인도 진출을 선언했다. 인도 법인 설립도 이뤄진다.
새롭게 선보인 글로벌 케이 팝 걸그룹 ‘캣츠아이’에는 인도계 미국인 멤버 라라가 있다. 이미 또 다른 사례가 있었다.
애플 ‘케이팝드’에서 활약한 중소돌 ‘블랙스완’에는 인도 오디샤 출신의 스리야 렌카가 있다. 2023년 무려 4000대 1의 경쟁을 물리치고 합류해 인도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11월 1일에는 케이팝 공연 ‘케이타운 3.0’이 뭄바이에서 대규모로 열린다. 인도에 케이 팝이 관심 갖는 이유는 14억의 인구 대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인구수를 갖고 있는데 무엇보다 젊은 인구가 많다. 젊은 인구가 전체의 40%를 차지하는데 한국의 평균연령은 45.5세, 인도는 29세라는 점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전도유망한 인도에 한국의 K 콘텐츠가 진출할수록 유의해야 할 점이 있을 것인데 그 가운데 하나가 ‘문화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다.
얼마 전 드라마 ‘달까지 가자’ 티저 영상이 논란이 된 것은 문화적 전유를 넘어서서 희화화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해당 드라마 티저 영상은 재밌는 콘셉트를 내세워 80~90년대 아이스크림 광고를 패러디했는데, 좋게 보면 융합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콘텐츠 창작 관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해당 문화권에서는 분노를 자아낼 수도 있었다.
아랍 의상을 착용하고 있고 인도의 빈디를 분장했는데, 막연히 인도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 자동적 연상이 될 수 있는 게 빈디일 것이다. 하지만 빈디는 종교적·문화적으로도 함부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얼핏 빈디는 양쪽 눈썹 중간 자리에 위치 잡고 찍는 점 혹은 포인트로 보이는데 보통 여성들의 이마에서 눈썹 사이에 주색의 가루를 찍는 형태다.
산스크리트어 빈두(Bindu)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그 뜻은 방울, 점 등을 말한다. 빈디는 단순한 치장이나 장식이 아닌 종교적 행위다.
인도가 힌두교의 나라답게 힌두교에서 시작된 의식의 하나이다. 힌두교 전통 의식에서 승려들은 꽃잎으로 만든 파우더 그릇 앞에서 여성 신도에게 엄지손가락으로 꽃잎 파우더를 묻혀 이마에 찍어 주었다.
힌두교에서 이마 사이, 그 지점은 특별한 뜻을 갖는다. 빈디를 찍는 얼굴 부위는 양쪽 눈썹 중간 부분인데 힌두교의 전통 가치관에서는 '차크라(Chokra)'가 생명의 힘이 모이는 곳이다.
신체에는 7개의 중요한 차크라가 있고 명상과 신체 수련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빈디를 하는 부분은 '여섯 번째 차크라'란 뜻의 '아즈나(Ajna)'이다.
원래 빈디는 기혼 여성을 축복하고 보호하려는 뜻에서 전통적인 화장법으로 확산했다. 지금은 그 영역이 넓어져 미혼 여성도 빈디를 그린다.
그런데 해당 드라마 티저 영상에서는 하와이의 훌라와 밸리 댄스(Belly dance)를 한다. 더구나 밸리 댄스는 이집트에서 비롯한 춤으로 다산을 기원하는 춤이다. 물론 이 춤도 원래는 종교의식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인도에 관한 논란은 앞선 2020년에도 있었다. 걸그룹 블랙핑크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에 힌두교 신상(神像) 이미지가 등장해서다. 그 힌두교 신상은 바로 가네샤였다.
코끼리 머리를 해서 단순한 동물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도의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와 행운의 신이다. 특히 갖가지 곤경을 걷어내는 슬기로움으로 학문과 부의 성취를 얻게 하는 신이다.
인도 출신의 한 팬은 “K팝 아이돌들이 잘못한 게 아닌데 다만, 우리 힌두교와 가네샤 신은 대중문화 뮤직비디오에서 놀잇감, 장난감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블랙핑크 소속사는 7월 19일 성명에서 '미필적 실수'라며 가네샤 신(神)을 잘못 인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한편, 2020년 4월 ‘인사이드 세븐틴’과 7월 ‘고잉 세븐틴’에서 그룹 세븐틴의 멤버들이 노라조의 '카레'를 부르면서 희화화 논란이 일어났다.
카레는 노라조가 2010년 불렀던 노래인데 ‘노랗고 매콤하고 향기롭지는 않지만 타지마할’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재미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주었다. 또한 2016년 12월 샤이니 종현은 왜 팬들에게 장문의 사과문을 올린 적이 있었다. 무대 위에서 인도 의상을 입고 댄스를 선보였는데 이것에 대해 일부 인도 팬들이 인도 문화에 대해서 희화화했다고 지적해서였다.
인도에 대한 문화 전유 논란은 단순히 인도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숙고의 여지가 더 있다. 인도인들은 다른 나라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케이팝 팬덤 코어 지역인데 인도계 민족이 다수를 차지한다.
인도계는 싱가포르에서 세 번째 비중을 차지한다. 인도 국외 인도인 인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가장 큰 국외 인도인 공동체가 이뤄져 있다.
싱가포르 내에서 인도인의 역사가 매우 길다. 주로 영국이 싱가포르 식민지를 세운 1819년 이후 남인도에서 왔기 때문이다. 인도계 주민 가운데 60%가 타밀 민족계의 후손인 이유다.
특히, 싱가포르의 인도 민족의 절반 이상은 힌두 신앙을 갖고 있다. 더구나 인도와 싱가포르는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팬심과 여론을 좌우한다.
문화 전유 관점에서 그동안 케이 팝은 여러 사례를 거치면서 많이 나아졌다. 한국 드라마도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상응해 문화 전유에 유의해야 한다.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것만이 아니라 국내 드라마도 주목받는 세상이니 말이다.
나아지기는 했어도 케이팝이 본격적으로 인도에 진출하는 만큼 여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모범적인 사례도 있어 보였다. 한국 가수 아우라(박민준)가 신곡 ‘김치도사’를 내놓았는데 인도에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도사를 대하면 도사(道士)를 생각할 수 있지만, 도사는 인도의 남부 음식이다. 쌀과 우라드콩을 갈아 만든 발효 반죽을 얇게 부친 음식인데 그 안에 감자볶음과 같은 속을 넣어 먹는다. 김치를 넣어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곡으로 만들었으니 융합적이면서 신선하다. 무엇보다 곡을 작업하는데 두 명의 현지 인도 가수와 컬래버레이션했다. 당연히 문화 전유는 없다. 이렇게 문화를 잘 파악하고 한국 문화와 응용하면서 협업하는 사례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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