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이 구체적 정황과 함께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미 검찰 송치 사실은 알려졌지만, 경찰이 밝힌 추가 세부 내용은 정치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대전경찰 등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대전MBC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회사 법인카드를 수천만 원 규모로 사용했으며, 사용처에는 와인바, 백화점, 자택 인근 상점, 심지어 새벽 4시 빵집까지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법인카드 운영 기준에 맞지 않는 사용 내역을 선별해 송치했다며, “업무와의 관련성, 증빙자료 제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법리적 판단에도 변화가 있었다. 경찰은 ‘업무상 횡령’ 대신 ‘업무상 배임’ 혐의만을 적용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가 아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를 악용한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공소시효가 지난 부분이나 혐의가 없는 부분은 불송치로 결정됐다.
수사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네 차례 소환 조사에 응했지만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정치적 의도가 깔린 수사라는 주장을 이어갔으며, 사퇴 직전 100만 원 가량의 빵을 법인카드로 구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파업으로 고생한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인카드의 공적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오히려 확산됐다.
정치권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규환 대변인은 “방통위를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시킨 행태에 대한 성찰은커녕 각종 의혹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깨끗이 물러나 방송개혁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당 역시 “공직은 정치적 야망의 발판이 아니라 국민 신뢰 위에 세워진 책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하며 엄호에 나서 여야의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을 두고 “사실상 ‘이진숙 축출법’”이라고 규정했고, “민주당에겐 내가 큰 방해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과대망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 수사로 공이 넘어가면서 이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은 한층 커졌다. 방송의 독립성과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더 이상의 혼란은 불가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퇴 불가피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다면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자리 보전이 아니라 공영방송 신뢰 회복과 방송개혁의 속도를 지켜내는 결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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