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컬처 픽] 영포티가 비난받는 이유는 레옹족에?

세대 간 변동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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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레옹족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영화 레옹에서 비롯했지만, 직접적인 연원은 2001년 일본에서 발간하기 시작한 남성 패션잡지 '레옹'이었다. (사진: 영화 레옹 홈 포토/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일본에서는 레옹족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영화 레옹에서 비롯했지만, 직접적인 연원은 2001년 일본에서 발간하기 시작한 남성 패션잡지 '레옹'이었다. (사진: 영화 레옹 홈 포토/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2013년 4월 11일 영화 ‘레옹’은 뤽베송 감독의 ‘디렉터스 컷'(León: The Director's Cut)’으로 돌아왔다.

디렉터스 컷이라면 없던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영화 레옹은 1995년에 공개한 작품에서 삭제됐던 23분을 완전히 복구했다.

이 복구 내용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당시 12살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와 나이 40대 후반의 레옹(장 르노)이 나눈 성관계였다.

물론 은유적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그 허용은 마틸다가 스스로 주도했으며 오히려 두려워하지 말 것을 레옹에게 권한다. 그러자 레옹은 왜 첫 남자로 자기를 선택했느냐고 묻는다.

이에 마틸다는 언급한다. “나를 보호해 줬기 때문이야”

레옹은 마틸다를 단순히 보호해 준 것이 아니라 총 쏘는 법을 가르치는 등 생존 기술을 체득하게 한다.

일본에서는 레옹족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영화 레옹에서 비롯했지만, 직접적인 연원은 2001년 일본에서 발간하기 시작한 남성 패션잡지 '레옹'이었다.

이 잡지는 주로 40~50대가 구독자였다. 레옹족은 나이와 관계없이 자신을 가꾸고 멋진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중년 남성을 뜻한다.

그 뒤에 한국에서는 꽃중년이라는 용어가 있었다. 특히 패션 스타일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중년 남성을 지칭했다.

'F4 꽃중년'은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출연한 배우 장동건·김수로·김민종·이종혁 등을 가리켰다.

이들은 피어스 브러스넌 같은 점잖고 온화한 스타일에 가까웠다. ‘Manners Maky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중세 영어 원 표기법)’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2015년작 ‘킹스맨’의 남성 캐릭터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레옹족이라는 말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맥락이 있다.

레옹족은 40~50대 못지않은 패션 감각을 보여주는데, 이에 따라서 20대 여성과도 데이트를 즐긴다. 물론 마틸다 같은 10대 여성과 사귄다면 원조 교제이기 때문에 범죄자가 되니 말이다.

즉, 20대 여성 등 젊은 여성에게도 인기가 있는 중년 남성을 가리켜 레옹족이라고 했던 것이다.

레옹은 마틸다를 보호해 주고 생존 기술까지 갖춰준다. 레옹족은 사회적 입지와 지위를 갖추고 있으면서 매너도 있다. 아마도 생존 기반을 줄 수 있는 경제력을 뜻할 수 있었다.

2025년 ‘영포티족’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포티족은 젊은 40대를 말한다. 예전으로 치면 중년을 말한다.

영포티는 원래 X세대가 중년이 되면서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들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20대처럼 패션을 갖추고 라이프 스타일도 구사하기 때문이다. 나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이폰 신형 모델의 구매자에서 40대 비율이 많이 늘어난 것을 든다. 생각해 보면 아이폰은 20~30대의 상징처럼 보이니 말이다. 중년이 아이폰을 트렌드 따라잡기 차원에서 구매한 것일까?

그런데 X세대는 과거 가장 개인주의적이고 최고의 소비주의 스타일에 디지털로 파편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386세대에게는 탈정치의 정점이라고 낮춰보며 상대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폰의 구매는 세대의 노화와 맞물려 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25살이었던 세대들은 지금 40대가 훌쩍 넘었다. 아이폰이 2007년 6월 처음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로 꼽히는 1980년생은 40대 중반이다. 86년생도 이제 마흔이다. 따라서 영포티는 단순히 X세대라고만 할 수 없다. 따라서 영포티는 X세대는 물론 밀레니얼 세대에도 해당한다.

더구나 한국의 중위 연령은 46세다. 그들은 예전의 30대와 같다.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문화 유행을 논할 때 세대 추격 현상을 언급했다. 젊은 세대들의 문화 유행을 기존 세대가 따라 하고 다시 새로운 세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좋은 카페나 클럽도 처음에는 젊은 세대가 많다가 기성세대가 많아지면서 젊은 세대가 떠나는 현상에서 볼 수 있다.

이런 틀에서 놓친 점은 있다. 젊은 세대도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또한 SNS가 발달하면서 세대가 교차하는 지점들이 많아졌다. Z세대는 할매니얼 스타일처럼 뉴트로 현상까지도 만들어 낸다.

사실 영포티족 논란은 레옹족과 맞물려 있다. 젊은 감각의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영포티가 20대 여성 같은 젊은 세대와 데이트하거나 접근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영포티 세대도 사회적 입지와 지위를 가진 기성세대가 된 것으로 비친다. 그러면서 가부장제의 습속을 벗어 던지지 못하면서 겉만 달리 디자인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중적, 위선적이라고 한다.

비록 영포티 세대는 앞선 세대보다 기득권이 덜해도 지금의 20~30대보다는 많이 가졌고 쪽수도 많다. 이른바 젊고 트렌디한 감각까지 가지면서 젊은 여성에게 접근하니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는 이들이 있을 만하다.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투쟁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 기원전 1400년, 즉 3400년도 전에 고대 이집트인이 남긴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낙서라는 주장도), 기원전 425년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앞 세대는 꼰대고 위선적이야”라고 신세대는 말한다. 그러나 그 신세대도 기성세대가 되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누린 것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었거나 그들에게서 비롯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미래세대 연구학술 이사, 한국콘텐츠진흥원 감사관,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각기 다른 세대를 서로 오해하고 왜곡된 인식을 가지면서 자신의 무엇인가를 지키거나 충족시키려 한다. 다른 세대를 그렇게 대할 때 과연 행복이 이뤄질까.

서로 콜라보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임은 인류 역사가 증명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의 운명은 미래 세대에게 달려 있다.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날 때 지켜보는 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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