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번 오피니언의 제목은 지난 2003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었던 검사와의 대화에서 나온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다. 당시 참여정부는 검찰 기득권을 깨는 것을 '검찰개혁'으로 여기고 수뇌부에 불만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 젊은 평검사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그렇듯이 검찰은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집단이었다. 당시 평검사들은 참여정부의 이러한 시도를 '검찰에 대한 간섭'이라며 반대했고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설전이 오가던 중 수원지검의 검사 김영종이 노 전 대통령에게 청탁 의혹을 제기하면서 위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과 똑같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로 이미 민의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의 기미 없이 지난 2년처럼 막가파 행보를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보류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멋대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하며 본인이 생각했던 방송장악 시나리오를 밀어붙였고 극우 유튜버 수준으로 전락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국민들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에 힘을 실어주며 경고장을 보냈음에도 윤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필자도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들에게 했던 것처럼 윤 대통령에게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묻고 싶은 것이다.
도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은 계속해서 국회를 무시하고 불통 행보를 이어가며 계속해서 정국을 강대강 대결 국면을 유지하며 험악하게 끌고 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보수 성향인 이종훈 정치평론가조차도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쌓이면 대통령의 직무유기이자 탄핵의 근거가 된다"면서 "민주당은 손해 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쳇바퀴 정국의 원인은 윤 대통령의 불통"이라며 "입법권의 키를 쥔 거대 야당과 합의점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촉구했다. 필자도 이종훈 씨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지금 이렇게 정국이 매번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하는 근본적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윤석열 정부의 2년을 반추해 보면 그는 언제나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내용이다 싶은 것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탓'으로 책임전가를 했고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해서도 '한동훈 탓'으로 책임전가를 했다. 그는 항상 책임을 부담하기보다는 남탓을 하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또한 총선 패배 이후 낸 메시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른다. 총선 직후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한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결국 “나는 옳았고 바른 길을 걷고 있는데 국민들이 못 알아듣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메시지다.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심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귓등으로 흘려 듣고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지금의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고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점을 들자면 그가 '지는 법'을 모른다는 것에 있다는 생각이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정치는 생물이며 이겨도 지는 경우가 있고 지는 게 이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일평생 검사로 살면서 법정에서 변호사들과 다투며 승패를 가리는 삶에만 익숙해져 있으니 지는 법을 모른다. 그러다보니 '타협'을 모르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아무리 지켜봐도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자신이 왜, 무엇 때문에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목적 없이 대통령이 된 사람이라 해도 무방한것 같다.
현대에도 대통령을 마치 왕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윤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열렸던 탄핵청문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내란' 운운한 것 자체가 대통령을 국왕과 동일시하는 위험한 태도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자리가 보장되어 있고 세습이 가능하며 삼권을 틀어쥔 왕과 달리 대통령은 임기가 한정되어 있고 세습이 불가능하며 삼권을 다 틀어쥔 사람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내에서 그 박근혜 씨만큼의 확고한 입지도 없으며 그렇다고 덕으로서 자당 의원들을 감싸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이야 탄핵을 당하든 말든 임기가 한정되어 있지만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윤 대통령과는 별개로 자진 해체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역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현재는 계속해서 필리버스터를 벌이며 수적 열세 상황에서 어떻게든 윤석열 정부에게 치명타가 될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려 기를 쓰고 있지만 현재 이들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에 대한 피로감이 싹 트고 있고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된 와중에 스모킹 건이 하나라도 터진다면 과연 그 때도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엄호해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의 말을 좀 더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이렇게 거부권을 남발하며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멋대로 임명을 강행하며 인사검증 권한을 무시하는 것이 마치 자신이 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지금 자기 손으로 자기 정부의 문을 닫고 있는 중이다. 왜 조중동이 계속해서 사설로 경고장을 보내는지 정녕 모르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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