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군 러시아 파병설...사실일까?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17일 북한이 총 1만여명의 인력을 러시아에 파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북러관계가 과거 북소관계 수준으로 밀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므로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에 대한 비판 또한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17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에서 자국 정보당국의 첩보를 인용해 북한이 지상군과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모두 합해 러시아를 지원하고자 총 1만 명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미 북한 인민군 일부 장교들이 러시아에 의해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됐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북한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러시아의 병력 손실이 커서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함이며 러시아 내에서도 여론 악화로 인해 징병에 한계점이 왔기에 북한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을 동참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문제를 미국과 EU 정상들과도 논의했으며 북한이 본격적으로 이 전쟁에 참전하는 것을 두고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란도 러시아에 드론, 미사일을 줬지만 공식적으론 인력을 지원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의 주장 외에 우크라이나 매체들도 이 달 초 도네츠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포격에 북한 인민군 6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를 내는 등 북한군 파병설을 연일 쏟아냈다. 이 보도 중에는 러시아군이 인민군 3000명을 제11공수돌격여단에 '부랴트 특별대대'를 편성 중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측에선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인민군 병사들이 몽골과 인접한 러시아 부랴트 공화국 울란우데 지역에서 준비를 한 뒤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투입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쿠르스크주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최전방 지역이다. 

아울러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자국 북동부 수미주(州)와 맞닿아 있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 기습적으로 대규모 병력을 진입시켜 수백㎢에 이르는 면적의 땅을 점령했는데 이 지역 수복 작전에 북한 인민군 출신 외인부대를 활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젤렌스키의 '북한 인민군 러시아 파병설'에 대해 영국 BBC 방송 역시 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BBC 방송 러시아지국은 러시아 극동 지역의 군 관련 소식통 정보를 인용해 복수의 북한인이 도착한 사실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복수의 북한인들은 연해주의 우수리스크 인근 한 군기지에 배치됐다고 한다.

다만 규모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BBC는 소식통이 정확한 인원수는 밝히길 거부하면서 처음 언급된 3000명보다 현저히 적은 숫자라고 했다. 소식통 외에 BBC 자체 취재에서도 러시아 극동지역에 북한이 파병한 병력으로 대규모 외인부대가 조직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확인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인민군의 주력인 기계화 보병이 우크라이나의 전장 환경에 맞는지 여부와 한국어-러시아어 간 언어 장벽 등을 고려할 때 인민군 출신 외인부대가 실제 파병이 되더라도 전투작전을 펼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소련 해체 이후 북한에서도 러시아어의 중요성이 떨어져 필수 교육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BBC는 전문가들에게 북한 인민군이 전투가 아닌 공학과 건설 능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인민군 출신 외인부대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벌이는 전면전에 참여하기보다는 점령지 재건 활동에 투입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 전한 정보와 BBC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북한 인민군 출신 외인부대들의 정체는 아마도 전투부대보다는 '건설부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민군의 건설부대는 실상 말이 군인이지 북한 정권이 싸게 부려먹이는 건설 노동자에 가까운 집단인데 평양 시내 아파트 건설, 고속도로 포장, 철도 부설 등 온갖 건설 현장에 총동원되고 있으며 북한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콘크리트 타설, 아스팔트 포장 등이 가능한 집단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직 '북한 인민군 러시아 파병설'은 우크라이나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 완전히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정보가 흘러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북러관계가 이전 구 소련 시절처럼 점점 밀착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 냉전 시절처럼 자유 진영 VS 공산 진영과 같은 세계관 속에 빠져 소위 자유 진영 국가인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는 극단적으로 숭배하는 '숭미', '숭일' 외교를 펼친 반면 구 공산 진영 국가였던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는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이른바 '가치 외교'를 펼쳤다.

이 같이 선악의 개념을 외교에 접목시킨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공공연하게 친우크라이나 발언을 하며 젤렌스키를 예방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무기가 지원되고 있다는 설도 꾸준히 흘러 나왔다.

이렇게 윤 대통령이 노골적인 가치 외교를 벌이는 동안 북한은 경제적 고립, 정치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러시아에 손을 내밀게 됐고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북한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북러관계가 밀착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젤렌스키의 '북한 인민군 러시아 파병설'이 한낱 설에 불과하다고 해도 절대 가벼이 넘기기 어려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꼬아놓은 한러관계로 인해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앞으로 후임 정부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에 손을 내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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