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9일 있었던 서울 도심 집회에서 발생한 경찰과의 충돌 사태로 참가자 다수가 연행되고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공안정국 조성'이라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이어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권력의 지팡이'가 된 순간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필자 역시 그 날 당시 그 현장에 있었기에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9일 민주노총이 개최한 '전태일 54주기 정신 계승, 윤석열 퇴진 규탄 총궐기 대회'에서 벌어진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의 충돌은 전적으로 경찰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 날 경찰은 초반부터 과거 전투경찰들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착용했던 복장 그대로 나타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고 경찰이 저지선을 고집하며 시위대 사이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지나가는 등 고의로 충돌을 야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몇몇 노조들이 아예 집회 현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런 경찰의 행태에 항의하던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경찰에 뒷덜미를 잡혀 바닥에 깔리고 강제로 들려나왔다. 이 과정에서 상의가 찢기는 수모까지 겪었다. 현장에서 "국회의원에게도 이러는데 우리(시민)라면 아주 두들겨 패겠다", "곤봉만 안 들었지 백골단이 따로 없다"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같은 날 부산의 부경대학교에선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막은 학교 당국에 항의하면서 총장 면담요청을 했던 대학생들을 경찰이 교내에 진입해 사지를 들고 끌어내는 사태가 발생했다. 농성을 풀고 자진해산을 한 뒤 정문을 통해 귀가하려는 학생들에게 신원확인을 위한 인적사항을 요구하고 퇴거불응으로 현행범 체포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때를 돌이켜 보면 일본인 형사들보다 더욱 독립운동가들을 모질게 고문했던 건 노덕술, 하판락 등 조선인 형사들이었다. 이승만 자유당 독재정권 시절 대표적인 '견찰'로 곽영주가 있었고 군사 정권 시절에도 그 유명한 '턱 치니 억하고 죽었다'의 주인공 박처원과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이 있었다. 이들 모두 권력의 개 노릇을 했던 '견찰'들이었다.
민주주의가 정착됐으면 이제 이런 '견찰'이니 '개검'이니 하는 것들도 모두 역사 속으로 퇴장해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보수 정권만 들어서면 이것들이 다시 구천을 맴도는 지박령마냥 배회하고 있다.
이들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지 않고 보수 정권만 되면 슬금슬금 나타나 이 땅을 배회하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유는 모두 '관용'이니 '용서'니 하는 미명 하에 과거사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군사정권 시절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은 분명히 벌을 받아 마땅한 자였다.
하지만 그 당시 경찰 내부에 이근안 같은 자가 하나 뿐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이근안은 재수 없게 걸린 케이스였고 그 당시 처벌받지 않고 살아남은 수백, 수천의 이근안이 있었다. 즉, 그 때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수백, 수천의 이근안 후예들이 보수 정부 때마다 나타나는 '견찰'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마다 왜 과거사 청산에 절대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11일 조지호 경찰청장은 경찰 측 부상 인원만 105명이라며 강경 진압이란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8년 전 최순실이 특검에 끌려갈 때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걸 봤던 청소부 아주머니의 일갈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염병하네" 그 날의 진실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무엇보다 필자가 그 때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국민은 영원하지만 권력은 유한하다. 한국의 국민들은 경찰이 아니라 군인들 앞에서도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국민들이며 그 역사는 아직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독재정권들은 모두 파멸의 길을 걸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기어이 '권력의 지팡이'가 되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공안 정국'을 조성하려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정권이 위기에 몰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임기가 절반을 채우기도 전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윤석열 정부가 사상 최초다.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지율 마지노선이 20%라고 하는데 임기 반도 지나지 않아 20%가 무너졌으니 이제 사실상 '식물정부'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니 그나마 자신이 갖고 있는 남은 힘을 총동원해 민의를 탄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속담에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다. 어설프게 공안 정국을 조성했다간 도리어 더 큰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모습은 자기 손으로 자기 임기를 단축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빠져나갈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윤석열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빨리 털고 가는 것이다. 억지로 군경의 힘을 동원해 민의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 실시라는 민의를 수용해 털고 가는 것이다. 만약 특검을 실시해서도 나온 것이 없다면 역풍은 야당이 맞을 것인데 왜 윤 대통령은 그걸 주저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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