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1일 한겨레 단독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 정시에 출근하지 않을 때 제 시간에 대통령실에 도착하는 '위장 출근 차량'을 운용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윤 대통령의 상습 근태 불량이 이미 취임 직후부터 도마 위에 올랐는데 아크로비스타를 나온 이후에도 이어졌던 것도 모자라 그걸 속이려 했던 것이다.
한겨레는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오전 9시 출근시각에 맞춰서 한번, 이보다 늦은 시각에 또 한번 운행된 사실이 여러차례 확인됐다며 경찰 내부의 전언을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 출근이 늦을 때 대통령이 타지 않은 빈 차를 내보낸 적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 한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대통령이 특정 시간까지 관저에서 나오지 않으면 빈 차를 먼저 보낸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실제 윤 대통령 출퇴근 때 경호 업무를 하는 한 경찰은 ‘윤 대통령 출근이 늦으면 빈 차를 먼저 보내는 것이 맞냐’고 묻자 “시기마다 다르다”고 했다.
한겨레 측에서 거듭 ‘아침에 빈 차를 보내는 경우가 있는 것은 맞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대통령이 매번 출근이 늦어서 아침에 ‘가짜 부대’를 보내는 것으로 안다. 가짜 부대를 일컫는 별도의 경찰 음어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한겨레는 지난 11월 6일부터 12월 6일까지 한 달 동안 주말과 외국 순방 기간을 제외한 18일의 윤 대통령 출근 상황을 확인한 결과, 위장 출근이 의심되는 사례가 최소 3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한겨레가 지목한 날짜는 지난 11월 25일과 29일 그리고 12월 3일이었다.
지난 12월 3일의 경우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오전 8시 52분 경에 대규모 차량 행렬(승용차 3대, 승합차 5대)이 출발했고 그 뒤를 경찰 오토바이 등이 경호에 나섰다. 이 차량 행렬은 4분 뒤 용산 대통령집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어 오전 9시 42분에 또 승용차 4대와 승합차 3대가 행렬을 이뤄 관저 입구를 출발했다. 이 차량은 5분 뒤인 오전 9시 47분에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지난 11월 29일에도 6대의 차량이 오전 9시 2분 경에 관저 입구에서 집무실로 이동했는데 4시간 후인 오후 1시 9분 경에 관저 입구에서 또 다시 실제 출근 행렬로 의심되는 차량 7대가 집무실로 향했다. 11월 25일에는 오전 9시 1분과 오전 10시 1분에 각각 출근 차량 행렬이 관저 입구를 나와 집무실로 들어갔다.
한겨렌느 이런 위장 출근 의심 정황을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출근길, 용산 집무실 일대를 경호하는 경찰의 경호·검문 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도 ‘가짜 출근’ 때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탑승하지 않은 차량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진짜와 가짜로 추정되는 출근 행렬은 모두 검은색 승용차 3~4대, 승합차 2~5대에 의전용 경찰 오토바이와 경찰차 등이 따라붙는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으나 경찰의 차량·신호 통제, 경호, 검문 방식과 태도에서 차이가 컸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25일 오전 9시 1분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승용차 3대와 승합차 2대 등 가짜 출근 행렬로 추정되는 차량이 출발했을 때 경찰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일반 차량들을 통제했지만 대통령실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던 경찰들은 이 차량 행렬이 지나가는데 서로 잡담을 나누며 도로를 주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9시 50분의 경우엔 경찰들이 갑자기 분주해졌는데 앞서 보이지 않던 사복 경찰들이 추가로 관저 인근 도로에 배치됐고, 경찰들은 교통 신호 조작이 가능한 ‘표준 교통신호제어기’ 뚜껑을 열어 놓고 교통 통제를 위해 대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버스 한대가 정류장에 멈춰 서자, 경찰들은 “저 버스 빨리 보내, 빨리”라며 다급히 버스에 다가가 이동을 요청했다. 잠시 뒤인 오전 10시 1분 승용차 3대와 승합차 3대 등 진짜 출근 행렬로 추정되는 차량이 관저를 떠나 대통령실로 향했다. 지난 11월 29일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오전 9시 2분 경에 관저에서 차량 행렬이 출발했으나 길목에 배치된 경찰들은 이 차량이나 도로를 주시하지 않았다. 또한 차량 행렬이 지나간 뒤 관저 인근에 배치된 경찰도 철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12시 50분께부터 경찰들은 관저 방향으로 걷는 행인들을 모두 검문하기 시작했고, 관저 진입·출입로 주변 행인·차량들을 철저히 살피기 시작했다.
또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록했다. 오후 1시 9분에 실제 윤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행렬이 관저에서 나와 대통령실로 출발했다. 이 행렬은 오후 1시 14분 대통령실로 들어갔다. 상황이 종료된 뒤 대통령실 출입로 인근을 경호하던 경찰들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서로 인사를 나누며 경계를 풀었고 상당수가 철수했다.
그 밖에 한겨레는 이런 가짜 출근과 진짜 출근 행렬 차이는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 CCTV 작동 방식에서도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가짜 추정 행렬이 출발할 때는 CCTV 화면 조정이 없었지만 진짜 추정 행렬이 출발할 때는 CCTV가 관저 입구 쪽으로 촬영 방향을 바꾸고 확대하면서 집중적으로 움직임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또한 차량 출발 뒤에는 행렬을 따라 화면을 계속 이동하거나 각도를 바꿨다.
한겨레는 위 3차례 사례 외에도 2~3차례 가짜 출근 행렬이 의심되는 사례가 추가로 있었으나 차량 동선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경우 등은 집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출퇴근은 윤 대통령이 취임 전 청와대 입주를 거부하며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 관저 이전의 배경엔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 있었다는 것이 2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출근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금까지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남동 관저 완공 전엔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출근하느라 시민들 불편이 가중됐고 지금도 윤 대통령이 가짜를 포함해 하루에 2차례 출근 행렬을 연출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각 출근도 잦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대통령 출근 차량 이동을 확인한 18일 중 윤 대통령이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한 경우는 2차례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빨리 출근하는 날도 오전 9시 1분 경 한남동 관저에서 출발했고, 오전에 대통령실 외부에 일정이 있는 경우는 보통 오전 10~11시 사이 관저에서 바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성실 의무가 규정되어 있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의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고 돼 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무 시간을 어기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적 의무 위반으로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제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황정아 대변인 명의로 '속 빈 ‘위장 출근’ 차량 행렬까지, 윤석열은 단 하루도 대통령이었던 적이 없습니까?'란 제목의 논평을 내어 비판에 나섰다.
황 대변인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그동안 위장 출근을 해왔다는 언론의 의혹 보도는 충격적"이라며 "윤석열은 단 하루도 대통령이었던 적이 없는가? 일도 하지 않고, 출근하는 척 쇼윈도 대통령을 연기하던 윤석열의 행태에 경악과 분노를 멈출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황 대변인은 "위장 출근 의혹은 윤석열이 국민이 위탁한 대통령직에 얼마나 불성실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은커녕 누구도 감시하거나 견제할 수 없는 권력을 쌓고 즐겼다는 말이다. 속 빈 차량 행렬로 출근한 척 국민을 우롱하고, 파탄 난 민생경제를 내팽개친 채 총선 민의에 불복해 내란을 준비해 온 윤석열은 애초에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그동안 모든 행보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던 12.3 내란 수괴를 이제 단 하루도 대통령직에 앉혀둘 수 없다. 탄핵 가결로 하루 속히 이 혼란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윤석열 내란 수괴에 대한 파렴치한 비호를 멈추고 국민의 명령인 탄핵에 찬성하시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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