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2.3 내란 사태의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대통령 경호처와 자신의 지지자들을 앞세워 한남동 관저를 '석열산성'으로 요새화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행태를 보였다. 그의 이런 '한남동 농성'은 이탈했던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자기 혼자 살자고 국민 여론을 또 한 번 갈가리 찢어놓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민 분열을 야기한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7일 MBC PD 수첩에서 이른바 친윤 집회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한 적이 있었다. 이 친윤 집회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이 참가자들 대다수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휴대하고 있다. 과거 박근혜 탄핵 심판 당시 친박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왔듯이 이번에도 태극기를 들고 나온 것인데 이들로 인해 우리 국기의 의미가 훼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태극기는 왜 들고 나온 것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윤석열이 곧 대한민국이라도 되나? 윤석열을 지키는 것은 애국이고 윤석열을 탄핵하자는 것은 매국인가?
대통령은 국왕도 아니고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아 정해진 임기 동안 통치를 대행하는 공복(公僕)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서 태극기를 흔든다는 것은 마치 그를 국왕처럼 섬기며 그를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판단된다. 즉, 이들은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를 '박근혜의 상징'이자 '윤석열의 상징'으로 오염시킨 셈이다.
이런 마인드는 비단 친윤 집회 참가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까지도 윤석열을 국왕으로 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정점에 있었던 것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이른바 '김상욱 의원 탈당 압박 사건'이다. 당론인 쌍특검법 반대에 따르지 않겠다면 탈당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진보당은 "윤석열 '폐하'를 거역하면 강제탈당인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폐하(陛下)란 신하가 황제를 부를 때 붙이는 존칭인데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황제'로 모시고 있다는 비판을 담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민의힘이나 친윤 집회 참가자들이나 그 수준이 거기서 거기라 볼 수밖에 없다.
또 성조기는 왜 들고 나온 것인가? 8년 전 친박 집회 때나 최근 친윤 집회 때나 성조기는 늘 꾸준히 보이고 있다. 미국이 윤석열을 지켜주길 바라는 것인가? 이는 "미국은 무조건 착한 나라"라는 과거 냉전 시절 사고방식과 미국이 우리의 내정에 간섭해주길 바라는 사대주의가 결합된 낡은 세계관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미국은 그렇게 정의감이 넘치는 나라가 아니며 철저하게 자국의 국익대로 움직이는 나라다. 자국의 국익에 맞는다면 독재정권도 묵인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소위 '더러운 전쟁'은 희대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와 호르헤 비델라 정권 수립을 위해 미국이 벌인 더러운 뒷공작이었다.
게다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충격적(shocking)이었으며 나는 그것이 잘못됐다(wrong)고 생각했다"면서 "우리는 이제 헌법적 절차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미 그들도 윤석열을 손절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성조기를 흔들어도 미국이 윤석열을 구명해줄 가능성은 없고 그렇게 나서면 내정간섭이 된다.

반대로 이들은 중국을 향해선 극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평판이 나쁜 나라는 단연 중국이라 볼 수 있는데 이 반중 감정은 이 친윤 집회 참석자들을 하나로 묶는 이데올로기라 볼 수 있다. 실제 PD 수첩 방송에서도 이들 사이에서 중국이란 나라는 수시로 거론됐다.
그들이 철석같이 믿는 부정선거 음모론에도 중국이 배후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중국인이 섞여 있다는 주장, 윤석열 탄핵을 중국이 찬성하고 있다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고 있다. 그걸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 같은 이들은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들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의 경우 외국인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외국인은 오직 영주권을 취득하고 3년 이상 지난 사람에 한해 지방선거만 투표할 수 있음에도 그들은 그런 걸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미 종교적인 믿음에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이러한 친윤 집회 참가자들을 자신을 지킬 방패막이로 써먹으며 한남동 관저를 요새화하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특히 새해 첫 날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새해 첫 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말하며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고 적힌 편지를 돌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선 지지자들만을 '국민'으로 자신을 처벌해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주권침탈세력'이니 '반국가세력'이니 하고 매도하며 갈라치기를 한 것이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 혼자 살자고 국민들을 갈라치기하고 있고 또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과연 그가 직무에 복귀한다고 한들 대한민국에 어떤 실익이 있으며 그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보장은 또 있을까? 하루 빨리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려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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