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민중기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로 통일교 총재 한학자 씨가 23일 새벽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 전까지 '종교 탄압' 등을 외쳐댔던 통일교가 한 씨가 구속된 이후에는 예상 외로 조용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의문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미 내부에선 교단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온 이유는 이미 통일교 내에서 소위 '왕자의 난'이라 불리는 집안 싸움이 한 차례 일어났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초대 교주인 故 문선명 씨가 생존해 있을 때부터 사후 3년이 지난 2015년까지 통일교에선 약 7년 동안 교단 문제를 놓고 엄청난 집안 싸움이 벌어졌다.
통일교판 '왕자의 난'은 지난 2008년 문선명-한학자 부부의 장남인 문효진 씨가 급사한 이후부터 발발했다. 문효진 씨는 문선명-한학자 부부의 자녀(10남 7녀)들 중에서 부모로부터 효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모님과의 관계가 가장 우호적이었는데 그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집안의 평화가 깨지고 교주 문선명 씨 역시 90을 바라보는 고령이 되면서 교단 주도권을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이 중 3남 문현진 씨와 4남 문국진 씨, 막내아들 문형진 씨가 통일교 총재 자리를 놓고 싸움을 벌인 것을 두고 통일교판 왕자의 난이라 부르는데 처음엔 3남인 문현진 씨가 가장 좋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세계재단 리더로 사업경영 수완이 좋고 처가가 통일교 재단 내에서 위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현진 씨는 부친인 문선명 씨가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통일교라는 종교 자체를 부정하여 사실상 파문당했다. 통일교는 종교집단인 동시에 기업체까지 운영하고 있었는데 종교집단이 아닌 재벌로 정체성을 굳히고 나가자고 하다가 도리어 부친으로부터 '불경죄'를 맞고 쫓겨난 셈이다.
문현진 씨는 아버지로부터 파문당한 뒤 통일교 재산(파크원 등)을 최대한 많이 싸들고 통일교를 박차고 나갔다. 이후 문현진 씨와 그 외 문선명 씨 일가는 핏줄만 가족이지 사실상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소송 공방전을 벌이며 싸워댔다. 이후 통일교는 2010년 막내아들인 문형진 씨를 종교 담당 후계자로, 4남 문국진 씨를 기업 담당 후계자로 각각 삼았다.
하지만 문국진 씨는 자신의 형 문현진 씨와 UCI재단과 여의도의 2조짜리 땅뙈기를 놓고 법정공방을 벌이다 패소했고 결국 무능하다는 이유로 통일교 총재 자리에서 잘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놀랍게도 어머니인 한학자 씨가 차지했다. 이후 한학자 씨는 통일교 세계회장을 맡고 있었던 막내아들 문형진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내쫓으며 통일교판 왕자의 난에서 최종 승자가 됐다.
즉, 한학자 씨가 남편의 뒤를 이어 사실상 통일교 2대 교주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런 배신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한편의 '막장 드라마' 같은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한 씨가 10여 년 만에 국민의힘 및 윤석열 정부와 유착해 '정교일치' 국가를 건설하려다 미수에 그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힘의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막장 드라마 2탄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특히 한학자 씨가 2019년까지 통일교 세계회장을 역임했던 5녀 문선진 씨를 본래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했는데 문선진 씨는 딸이고 슬하에 자녀가 없어 대가 끊길 위험이 높았다. 한 씨는 올해 자신보다 먼저 간 장남 문효진 씨의 후처 소생 두 손자들을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든든한 성벽이었던 할머니 한학자 씨가 무너진 상황에서 나이 어린 손자들이 과연 노련한 삼촌들을 당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배경들을 고려해 볼 때 통일교가 한학자 씨 구속 이전에는 '종교 탄압'이라며 반발했다가 정작 구속 이후엔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 찜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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