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통일교 5개 지구장들이 지난 20대 대선 무렵 총재 한학자 씨에게 쓴 '서신보고'에서 당시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이었던 김정재 의원에게 통일교 현안을 전달하며 후원금을 준 사실이 23일 밤 JTBC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또한 한 씨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뒤, 통일교가 국민의힘 시도당위원회에 자금을 할당한 내역도 파악됐다.
20대 대선이 끝난 다음 날인 2022년 3월 10일에 통일교 5개 지구장들은 총재 한학자 씨에게 그의 지휘 덕분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서신보고'를 올렸다. 그런데 JT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엔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가 국민의힘 시도당에 후원금을 전달한 경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지구장은 서신보고에 "시도지사, 시의원, 도의원을 당선시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승리로 신통일한국 환경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적었다. 즉, 통일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정치인을 물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경북도당 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을 언급하며 '여성 최초 경북도당위원장'으로 소개했다.
지구장은 김 의원에게 "1041개 읍면동 기반을 통한 협력을 지지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하면서 "한반도평화서밋 책자, 한일해저터널 정책제안서와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적었다. 즉, 김정재 의원에게 후원금을 건네고 통일교 현안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한 총재에게 보고한 것이다.
또 "강한 대한민국을 함께 세워가고 대선 후 긴밀한 협조를 갖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관계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정재 의원은 대선 직후 윤석열 당선인의 특별보좌역으로 임명됐는데 특검은 통일교가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지역별 핵심 인사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최근 각 지구장들을 소환해 경위를 조사했다.
물론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특정 정당이나 권력과 결탁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김정재 의원 측은 관련 입장을 묻는 JTBC 취재진 질문에 "후원자 중 통일교가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일교 측과 김정재 의원 측 주장과는 달리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지구장들이 작성한 '참부모님 서신보고' 내용을 토대로 2022년 대선 일주일 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교 특별집회 이후 국민의힘에 대한 자금 지원이 본격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그 자리에서 총재 한학자 씨는 통일교 주요 간부 120여 명에게 윤석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는데 JTBC는 특검이 실제 이날 이후로 통일교 각 지구에서 국민의힘 시·도당위원회로 후원금이 전달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롯데호텔 특별집회 이틀 뒤인 2022년 3월 4일,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 씨는 총무처장 조모 씨에게 문자로 "긴급하게 선교 지원비가 나가야 한다"고 보냈다. 그러면서 "1지구 4000, 2지구 4000, 3지구 4000, 4지구 4000, 5지구 5000, 전체 2억 1천"이라며 전국의 5개 지구별로 후원할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인 3월 8일, 윤영호 당시 세계본부장은 조씨에게 "총 2억 1000만원 사용됐나요?"라며 재차 확인 문자를 보냈고 조씨는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같은 문자 내역을 확보한 특검은 한 총재 지시를 받은 간부들이 통일교 각 지구를 움직여 총 2억 1000만원을 국민의힘 시·도당에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물론 한학자 씨는 이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한학자 씨가 구속된 만큼 대선 당시부터 이듬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이르기까지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소위 정교유착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팀을 향해 통일교 관련 수사를 넘어 이젠 신천지를 향해서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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