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환경부가 충남 청양군민을 대상으로 진행하고자 던 지천댐 주민설명회가 무산됐다.
환경부는 27일 오전 청양 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오전 10시부터 환경부 박재현 물관리정책실장의 인사말, 이정현 사무관의 발표, 한국수자원공사 장원석 부장의 질의응답 순으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수백 명이 대공연장 무대를 점거하면서 파행됐다.
일부 주민들은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경찰의 경고에도 “환경부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주민들의 항의는 설명회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시작됐다.
충남도의원을 지낸 김명숙 반대 대책위원장 등은 도 관계부서 공직자들과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도 했다.
반대 측은 도가 최근 장평 주민 90%가 댐 건설에 환영한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제공한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는 전날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청양을 찾은 김태흠 지사에게 항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찬성 측 주장만 믿고 도에서 보도자료를 냈다”며 “반대 측 사람들은 만나주지도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맞서면서 말싸움은 한동안 이어졌다.


한 주민은 “반대하는 군민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 먹고 살기도 바빠죽겠는데…”라면서 “괜히 행정력 낭비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주민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후보지 발표부터 했다. 주민 의견을 듣고 설명회를 하는 게 행정의 기본”이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반대 측 또 다른 주민은 “설명회가 열리면 주민 간 갈등이 더 커진다. 연기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찬성 측은 “빨리 진행하자”고 도 관계부서와 환경부를 압박했다.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자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이 현장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 등은 “오시지 말라고 요구했는데 왜 오셨냐”며 막아섰다.
이 대목에서 한 주민은 “이번 주부터 고추·구기자문화축제가 열린다. 그래서 바쁜 시기인데 어떻게 주민들이 참석할 수 있겠냐”고 항의했다.


찬반 측 주민들 간 실랑이와 몸싸움도 벌어졌다.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자신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목소리는 듣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국 박 실장은 잠시 현장에서 빠져나갔고, 그 사이 반대 측 주민들이 무대를 점거했다.
무대에 오른 김 위원장 등은 “지천은 우리의 어머니다. 지천물을 먹고 살아왔다”며 “청양과 지천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절차상 문제점과 댐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를 피력하며 찬성 측을 설득했지만, 소용없는 분위기였다.
한 주민은 “환경부는 환경을 보존하고 지켜야한다. 그런데 앞장서서 파괴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청양군의회 이경우 의원도 무대에 올라 지난 22일 환경부의 요청으로 간담회를 가진 사실을 공개하며 “지역경제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인구 3만 명이 사는 동네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을 찾은 김돈곤 군수는 내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주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답했다.


결국 환경부는 한 걸음 물러섰다. 박 실장은 “현재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든다”며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설명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힌 뒤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도 주민들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박 실장은 문화예술회관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댐 건설이 확정된 게 아니다. 후보지가 아니라 후보지안이다. 주민들을 만나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 소통하면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댐 건설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주민들이 우려한 부분에 대해 저희가 소상히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주민설명회를 다시 열겠다는 얘기다.


계속해서 ”댐 건설로 인한 규제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소양강댐도 규제가 없다“면서 ”충남은 최근 큰 가뭄을 겪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물 부족을 해소와 홍수 예방을 위해선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부여에서 설명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 사업은 청양 장평면과 부여 은산면에 저수용량 5900만㎥ 규모의 댐을 건설하는 것으로, 하루 11만㎥, 약 38만 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홍수 및 가뭄 등 기후위기 대응 ▲신규 수원 확보를 통한 물 부족 해소 등을 위해 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만 반대 여론이 강한 만큼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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