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도중 오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관련 청문회를 여는 안건이 상정됐다. 이에 아이뉴스 발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등 여러 언론사들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당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며 마치 민주당 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양 과장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본지가 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관련 민주당 내부를 집중 취재해본 결과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원내지도부와 사전 교감 없이 청문회 추진을 결정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법사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민주당 인사는 "당 지도부뿐 아니라 법사위원조차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 대강의 설명만 들었다고 한다"고 설명했고 김병기 원내대표 측도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당 지도부가 경고를 했다"는 언론 보도는 부인했지만,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만큼은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정청래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은 청문회를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독려하며 수습에 나섰다. 또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두고 당 내 갈등이 벌어진 것처럼 쓴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도 "청문회 반대한 적 없다. 일정만 사전에 잘 공유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한 법사위원도 "관례적으로 원내대표랑 스케줄 조율을 하는 건 맞지만, 이번엔 법사위 현장에서 위원들이 조희대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갑자기 형성돼, 추미애 위원장이 이를 바탕으로 안건을 올려 표결한 것 뿐이다. '패싱'이라든지 그런 보도가 나와 우리도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즉, 스케줄 조율이 안 된 것에 대해 약간의 '불만'이 조금 있었던 것 뿐이지 그걸 가지고 '갈등'이 벌어졌다든지 하는 건 침소봉대에 가깝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소 산만한 모습을 보이며 객담 늘어놓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에게 스스로 먹잇감을 던져준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인사 측은 "이재명 대표가 떠난 뒤 당 내부 이견이 외부에 표출되지 않도록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당의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어쩔 수 없을 거 같다"고 답답해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 역시 "당대표가 아침 출근길 기자들 만나기 전에 새벽이라도 좋으니 서로 말을 맞추고 내부 이견이 드러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민주당 내부 이견이 노출되는 건 내란 세력들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다시 민주당의 고질병이 도진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을 돌이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으로 당선된 108명의 초선의원들은 서로 '선명성 경쟁'을 하겠답시고 이리저리 튀는 발언들을 해 '108번뇌'라는 멸칭을 들어야 했다. 이 '108번뇌'들의 '선명성 경쟁' 탓에 당시 열린우리당은 제대로 당론규합조차 못했고 국회선진화법도 제정돼 있지 않아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입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소수 야당인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다녔다.
이재명 대통령이 2기 당 대표로 취임한 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내려놓기까지 1년 남짓 기간 동안만 일사분란하게 개혁입법과 특검법 발의, 내란 세력 척결 등을 위해 움직였을 뿐 그 외 민주당은 대부분 '따로국밥'으로 놀았던 것이 그간 민주당이 보였던 전통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젠 민주당은 야당이 아닌 엄연히 집권여당이다. 야당일 때엔 서로 선명성 경쟁을 하며 튀는 소리를 하면 확실하게 유권자들 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지만 여당일 땐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실제 검찰개혁 정책을 생산하는 일을 맡고 있는 대통령실의 핵심 인사는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터져나오는 잡음들에 대해 "국민은 민주당에 검찰사법개혁을 주문한 것이지 의원들간 선명성 경쟁을 주문한 게 아니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정권이란 쟁취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걸 유지하는 건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 민주당이 그간 집권 기간이 짧았던 것에는 '여당'이었던 시절보다 '야당'이었던 시절이 길었다 보니 아직 여당일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경험이 미숙하고 그 때문에 야당 시절 버릇을 버리지 못한 채 여당이 돼서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됐을 때는 서로 선명성 경쟁을 하기보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낫다.서로 선명성 경쟁을 하다 보면 보수 언론들에게 스스로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밖에 안 된다. 안 그래도 대부분의 언론 지형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인데 서로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경우 저들은 반드시 그 상황을 침소봉대해 서로 이간질을 시키려 든다.
이젠 민주당이 여당이 됐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야당 티를 빨리 벗고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내란 극복과 해야할 개혁과제가 산더미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급하거나 흥분하면 안 된다.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는 속담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속도를 빨리 내더라도 침착하게 단일대오를 형성하면서 반개혁세력이 반격의 여지를 마련할 틈을 주어선 안 된다. 이번 일로 비싼 수험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다음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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