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최근 연일 뉴스에서 김건희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공천 개입 논란, 당무 개입 논란 그 외 국정 개입 논란 등으로 인해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행태를 두고 '김건희 왕국'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층 입장에선 이 표현에 불쾌감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현재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김건희 왕국'이란 표현이 결코 지나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5가지 비리 행태를 딴 '이채양명주'란 단어를 널리 퍼뜨렸다.
'이'는 10.29 이태원 참사이고 '채'는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양'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명'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 '주'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이 5가지 사건 중 김건희 여사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건은 10.29 이태원 참사를 제외한 4개 모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검찰은 4년이 넘도록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못한 채 질질 끌고 있는 것도 모자라 '출장조사'를 했고 명품백 수수 사건은 검찰과 권익위 모두 무혐의로 억지 종결시켰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역시 국토교통부가 앞장서서 방패 역할을 하다 결국 고속도로 자체를 백지화시켰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야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2차례나 발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거부권으로 틀어막으며 김건희 여사를 엄호하기에 급급했다. 이렇게 김 여사 한 사람만을 위해서 온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방패 노릇을 하고 있으니 '김건희 왕국'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 '김건희 왕국'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야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은 심리적 탄핵을 당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고 조중동 역시도 빨리 김건희 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가 무너진다는 신호를 사설과 칼럼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은 아예 "지금까지 알려진 건 내가 한 일 중 1/20에 불과하다"며 자신을 잡으면 한 달 안에 윤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당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제대로 된 해명도 못하고 있으며 어설프게 내놓는 해명도 모두 하루도 못 가 거짓말이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제 레거시 미디어들이 본격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9월 5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최초 보도됐을 때만 해도 뉴스토마토를 비롯해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들만이 외로이 알리고 있었고 레거시 미디어들은 간간이 인용 보도만 한 채 사태를 관망하기 바빴다.
그러나 10월이 되자 양상이 달라졌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레거시 미디어들이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취재 결과를 단독 보도를 통해 보도하고 있다. 여기엔 동아일보 같은 보수 언론도 포함돼 있다. '김건희 왕국'이 서서히 균열이 가고 있는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본격적으로 참전에 나선 이유는 지난 7일 동아일보 기사에서 나왔듯이 국정감사에서 명태균 건보다 더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이슈 혹은 그 외 다른 이슈 등이 터질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지금 윤석열 정부는 아직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운 정부란 점이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에 취임했으니 한 달이 더 지난 11월 10일에야 비로소 임기 50%를 채우게 된다. 박근혜 씨조차도 취임 후 4년 13일만에 파면됐으니 임기의 80%는 채웠는데 윤 대통령은 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취임 당시부터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 내에서도 썩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았던 김건희 리스크를 제때 털지 못한 대가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작년 서울-양평고속도로 이슈가 불거졌을 때 아니면 명품백 수수 사건 이슈가 불거졌을 때만이라도 김건희 여사를 내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 정도 위기까지 몰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김건희 리스크를 제때 털기는커녕 헌법에 명시된 법률안 거부권을 이용해 '여야 합의 없음' 핑계를 대며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김 여사를 엄호하기 바빴다. 역대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법률안 거부권을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방패로 악용한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행태는 분명히 선을 넘은 것이었다.
김건희 여사 한 사람을 지키는데 급급하느라 법치는 무너졌고 상식은 실종됐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모습이 판치는 '김건희 왕국'이 천년만년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사고도 없을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뒤늦게라도 부랴부랴 참전한 이유는 도무지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없으니 일단 이 정부를 버리고 빨리 새 판을 짜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어제까지 박근혜 씨를 향해 아부와 칭송을 마지 않았던 조중동이 갑자기 등을 돌렸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명색이 100년을 넘게 이어온 거대 언론사답게 그들은 누구보다도 시류를 읽는 촉이 빠르며 매일 주판과 산가지를 굴리는 사람들이다.
뒤늦게라도 레거시 미디어가 일단 윤석열 정부 공격에 나선 점에 대해선 환영할 일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애초부터 '김건희 왕국'이 탄생하는 걸 막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김건희 7시간 녹취록' 일부가 공개됐을 때 뜻있는 사람들은 김건희 여사가 예사 인물이 아니며 만일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제2의 최순실'이 등장할 것이란 걸 예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예견은 불행하게도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 대해 레거시 미디어가 제대로 분석해서 보도했다면 지금의 '김건희 왕국'이 탄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레거시 미디어들은 "결정적 한 방 없었다"는 식의 보도를 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시키기 바빴다.
심지어 어느 언론사는 수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김건희 여사를 맹목적으로 칭송하는 반응을 내보인 것을 기사화하며 김건희 여사가 제2의 최순실이 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을 '걸크러시'라는 단어를 쓰며 포장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지난 7일부터 국정감사는 시작됐고 이제 그 동안 감춰졌던 '김건희 왕국'의 민낯은 계속해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또 '도피성 해외순방'을 떠난 상태다.
지금 국민들은 윤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이 어떤 사이이며 어떤 짓을 벌였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 부부는 해외로 나갔고 대통령실 관계자들만 진땀을 뻘뻘 흘리며 해명하고 있는 판이다. 귀국하는 대로 윤 대통령 부부는 국민 앞에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소상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만일 또 명품백 수수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김건희 여사가 '셀프 가택연금'에 들어갈 경우 지금보다 더 거대한 국민적 저항을 맞게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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