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레거시 미디어들 중 정치 브로커 명태균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언론사 중 하나인 JTBC가 11일 밤 명태균의 수상한 '여론조사'에 얽힌 비밀에 대해 2개의 단독 보도 기사를 냈다.
JTBC는 명태균이 여론조사를 먼저 제안하고 2등 후보에게 1등 만들어주겠다는 식으로 정치인들에게 접근했다고 했다. 또한 그가 과거 출판사 사업을 할 당시 전화번호부를 만들며 그때부터 모아온 개인정보를 토대로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한 표본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결국 심각한 여론조작이라 볼 수밖에 없으며 20대 대선과 8회 지선 당시 의문점을 자아냈던 '여조라이팅'의 비밀이 비로소 밝혀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명태균과 함께 여론조사 업무를 했던 인물이자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담당자였던 강혜경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정치인들에게 여론조사를 제안했으며 결과를 미리 언급했다고도 했다. 그는 명태균이 "1등 만들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제 2등은 1등이 가능해요"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한 지역 정치인은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할 건데 이름을 넣을지 안 넣을지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의뢰한 게 아닌데…"라며 제안을 직접 받았다고 주장했다. 선거 전에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인지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비슷한 경력의 후보들이 나오는 지역 선거에선 실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명태균의 말처럼 2등을 1등으로 만들어 당선시킨 사례가 있는지를 묻자 강 씨는 부산의 모 의원을 언급했다. 또한 강 씨는 김영선 전 의원이 다시 국회로 들어간 2022년 보궐선거 즈음 여론조사의 경우 '전 한나라당 대표'로 경력을 강조하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후보의 경우 경남 최초 여성 도의회 의장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숨긴 채 '도의원'으로만 소개했다고 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여론조사를 의심은 했었다고 한다. JTBC와 인터뷰를 했던 민주당 경남도당 당직자는 "이거 말도 안 되면서 누가 봐도 이건 저쪽의 작업인데 생각만 했지…"라고 하며 설마 그런 조작이 가해졌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
이전 조사들에서도 김 전 의원을 제일 먼저 배치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순서가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JTBC와 인터뷰를 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질문지 효과라는 게 있으니까 먼저 물어보거나 나중에 물어보면 그런 식의 효과를 가져갈 수 있겠다"고 답했다.
명태균이 했다는 그 '2등을 1등으로 만들어주는 여론조사'는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궁금해지는데 JTBC는 복수의 관계자와 한 취재를 통해 그 비밀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명태균은 과거 여러 가지 사업을 했는데 그 중 출판업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출판업을 하면서 각종 책자와 전화번호부를 만들었는데 이 중에는 경북대, 부산대, 창원대, 한국해양대, 계명대 등 영남 지역 대학교 동문 명부도 인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혜경 씨의 증언에 따르면 명태균이 이 때부터 개인 정보를 모아서 데이터를 누적시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이를 토대로 명태균은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한 표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실제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24건 가운데 8건이 자체 수집한 전화 번호를 썼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특정 정치인을 질문 첫 번째 순서로 고정 배치하고 특정 연령대 응답자에 기준치 넘는 가중치를 부여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명태균의 '작업'으로 인해 여론조사기관과 갈등도 종종 생겼다고 말했다. 서명원 PNR 리서치 대표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가끔 온다. 듣도 보도 못한 후보를 여기다 넣어달라고 하면 저는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PNR 리서치는 명태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수시로 여론조사 의뢰를 맡겼던 기관이다.
아울러 재작년 20대 대선 당시 이른바 '여조라이팅'의 진원지로 지목된 여론조사기관이기도 하다. 윤석열 후보에게 악재가 발생할 당시에도 이상하게 PNR 리서치 여론조사에서만큼은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서는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언론들이 이를 요란스럽게 보도하면서 덩달아 다른 여론조사기관에도 영향을 주었다.
강혜경 씨는 명태균이 대선 직전 윤석열 캠프에 보고했다는 비공표 여론조사도 연령별 투표율에 가중치를 적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 20대 대선 당시 여러 의문점을 낳았던 '여조라이팅'의 비밀이 어느 정도 풀렸다고 볼 수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에 의해 '설계된 표본'과 '설계된 문항'으로 이뤄진 여론조작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 여론조작을 기성 언론들이 제대로 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여과 없이 보도하는 '여조라이팅'에 동조한 탓에 그 후에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에 있다. 만약 명태균의 '설계된 여론조사'가 없었다면 대선 당시 결과가 크게 바뀌었을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명태균의 여론조작이 곧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부당하다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다만 국민의 주권을 행사하는 신성한 선거에 '정치 브로커의 조작질'이 있었다는 점은 국민들에게 상당한 분노를 일으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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