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씨와 B씨는 10년 전 알게 된 사이로 A씨는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며 차곡차곡 돈을 모았고, B씨는 낮은 가격에 임야를 사들여 개발한 뒤 비싸게 되파는 방식의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어느 날 B씨가 A씨를 찾아와 좋은 땅이 있는데 돈이 조금 부족하다며 1억 원만 보태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A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B씨가 사업도 곧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B씨의 사업이 성공하면 섭섭지 않게 보답할 것으로 생각해 B씨에게 1억 원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후 B씨는 개발사업이 망했다면서 남아있는 돈이 없어 A씨에게 1억 원 조차 돌려줄 수 없다고 하고 있다.

A=친분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일상생활에서 많은 금전거래가 이루어지곤 한다. 돌려받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소액을 건네준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대방을 굳게 믿은 나머지 힘들게 모은 큰돈을 빌려주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돈을 건네는 사람은 그 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흔히 상대방에게 돈을 ‘대여’하고도 ‘투자’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방이 빌려 간 돈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 자신이 돈을 투자한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대여와 투자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다. 돈을 ‘대여’했다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으면 된다. 상대방에게 자력이 있는 한 원금 자체는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상거래가 아닌 경우 따로 약정을 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이자는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일정한 사업, 자산 등의 지분을 매입해 투자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즉, 사업이 실패하면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한 사업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듣고 원금이라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이와 반대로 빌려줄 목적으로 돈을 건넸는데 이후 상대방 사업이 크게 성공하자 수익의 일부를 나눠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계약의 내용을 해석해 보면 대여가 아닌 투자로 밝혀지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투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투자의 대상, 투자액, 투자기간, 수익배분방식 등에 관해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어야 한다.
‘투자’ 외에 ‘출자’도 있다. 출자란 공동사업을 목적으로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동업체를 구성하면서 일정한 돈이나 현물 등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조합원이 되어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정해진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돈을 갚지 않는다면서 상대방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는데 결국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돈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기망행위를 밝혀내기 쉽지 않다.
결국 A씨가 1억 원을 대여한 것이라면 B씨에게 변제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나 1억 원을 투자한 것이라면 B씨의 사업이 실패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상 원금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