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최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최강욱 전 의원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것에 대해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언론은 가차 없이 '광복절 특사 때문'이란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은 물론 조 전 대표와 윤 전 의원 사면에 '공정' 이슈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면서도 용인시장 재직 시절 불법 건축 인허가 및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았다가 올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 등에 대해 언론은 완벽하게 침묵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 지형이 기울어진 것이 한 해 두 해의 일이 아니라지만 너무 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심각해 보인다.
지난 14일 한겨레 이우연 기자가 <조국 사태와 염치없는 어른들>이란 제목의 칼럼을 냈기에 참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2년차 기자였던 2019년 말 민주당 소속 정치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 정치인이 “조국 규탄 촛불집회 처음 한 게 고려대·서울대야. 공부 잘하는 애들끼리나 ‘공정하지 못했네’ 그러는 거지, 학벌 안 좋은 애들은 박탈감도 못 느껴”라고 말한 것에 그는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나와 친구들의 분노가 능력주의라는 협소한 시각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공분을 검열하기로 하고, 마음 한쪽에 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 ‘외고생은 다 같은 외고생’이라 생각했던 순진함에 창피했고, 겨우 내 기회 정도에 겸손했던 게 허탈했고, 문짝이 있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는 문을 열고 있었다는 사실에 화났다"고 했다.
그랬나? 그런 분노가 왜 조국 전 대표보다 훨씬 더 부패한 혐의인 정찬민 의원 사면 건에는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조국 전 대표와 정경심 교수가 연루됐던 그 입시비리 건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중대한 부패 혐의다. 조국 전 대표 일가의 입시비리에 분노한 이우연 기자 당신은 왜 정찬민 사면 건에는 침묵하나?
이어 이우연 기자는 해당 칼럼에서 "여기에 이제는 분노를 품는 것마저 죄책감 들게 하는 기성세대에 더 화가 난다. 화도 공부 잘하는 애들만 낼 수 있던 거라고? 화조차 못 내고 체념했던 청년들을 위하는 척 말하지 말라.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청년들이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세계를 원치 않게 봐버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서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심리학자 김태형 씨는 최근 20대들의 행태에 대해 “구조적 불평등, 거대한 힘 그러니까 윤석열 정권 같은 거죠. 여기에 대해서는 무력감을 느껴요. 공격해봤자 소용도 없고 불이익만 돌아온다. 입 다물고 살자. 굴종적 태도를 보이게 되고요. 반대로 자기의 생존 경쟁, 각자도생을 방해하는 약간이라도 침해한다고 느끼는 공정의 문제 여기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해집니다”고 했다.
또 김태형 씨는 “야, 학력고사 보는데 네가 끼어들어서 뭐로 이런 거에는 엄청 분노를 하고요. 그 다음에 좀 약하다 싶은 사람 조국 전 장관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은 막 치는 거죠. 그래서 곽상도 의원은 아들이 50억 퇴직금 받았다라고 하면 조용해요. 그건 완전 다른 세계의 다른 구조적 불평등이 낳은 문제니까. 떠들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내가 들어가는 대학 입시에 ‘표창장’ 갖고 와서 들어왔다고 하면 막 열리는 거예요. 어쨌든 한국의 젊은 세대가 그러다 보니까 거악에는 저항을 못하고 사소한 악에만 분노하는 상황이에요”라고 했다.
앞서 언급한 그 한겨레의 이우연 기자는 김태형 씨가 지적한 "거악에는 저항을 못하고 사소한 악에만 분노하는" 기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광복절 특사 명단을 보면 정찬민 전 의원 외에도 홍문종, 하영제 전 의원 등도 포함됐는데 홍 전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던 경민학원 교비 횡령 및 뇌물수수 건으로 처벌된 인물이고 하 전 의원은 도의원 공천대가로 뇌물을 수수해 처벌된 인물이다.
모두 조국 전 대표나 윤미향 전 의원보다 더 중하면 중하지 결코 덜하다 할 수 없는 부패사범들이다. 모름지기 언론이라면 이런 중대한 부패사범들이 특사 대상으로 풀려난 것에 대해 더 분노해야 정상 아닌가? 불법으로 인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 챙기고 자기 재단 공금 횡령 및 뇌물수수로 제 배를 불리고 지방의원 공천대가로 뇌물 받아 챙기는 이 건들이야말로 나라를 좀먹는 진정한 거악이다.
그런데 어째서 언론들은 정찬민, 홍문종, 하영제 등이 특사로 풀려난 것에는 눈을 감고 오로지 조국, 윤미향에만 불을 켜고 잡도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모두 말이다. 거기에 여론조사 분석 결과까지 저 따위로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언론들은 어떻게든 조국, 윤미향 두 사람의 사면을 트집잡고 깎아내리고 싶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도대체 왜 그러나? 왜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가려 하나?
실제 조국 전 대표 사면 찬반 조사를 보면 조사 기관과 방법 등을 모두 막론하고 항상 찬반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접전을 펼쳤다. 거기다 지금 휴가철인데 본래 휴가철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고 거기에 더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겹쳐 보수층이 다소 결집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7월 대비 하락한 것엔 이러한 이유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 언론들은 꼭 조국, 윤미향 사면 때문이라고 갖다 붙이며 여론 지형을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대로 훨씬 더 문제가 많은 부패사범들인 정찬민, 홍문종, 하영제 등이 사면된 것에는 눈을 감고 있다. 기성 언론들 주장대로라면 이 사람들이 사면됐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내려갔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단지 조국, 윤미향이 그들보다 유명해서 두들겨 맞아야 하나?
조국, 윤미향 등의 사면에 대해 '공정'을 들춰내는 것 역시 정파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미 '공정'이란 단어는 윤석열 정부 당시 3년 내내 이어진 '김건희 방탄' 행위로 그 의미가 왜곡되고 굴절됐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당시 이 '김건희 방탄'으로 인해 훼손된 '공정'에 대해 지적한 언론사는 과연 몇 개사나 됐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을 들춰내려는 것은 역시나 '거악에는 분노할 줄 모르고 사소한 악에만 분노하는' 20대 청년층들의 심기를 자극하려는 의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만한 소재만큼 그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소재도 없을 테니까. 지금 20대 청년층들이 '거악에는 분노할 줄 모르고 사소한 악에만 분노하는' 것엔 잘못된 교육 외에 저런 언론들의 행태도 분명히 영향이 있다.
본지 역시 보는 이에 따라선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최소한 저널리즘의 기본 원리는 지키고자 한다는 것은 자부할 수 있다. 사회를 바꾸고 나라를 바꾸려면 우선 나라를 좀먹는 거악에 분노하고 항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본지는 그 거악에 분노하고 항거하려고 노력했고 사소한 악을 들춰내 남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려는 행태는 하지 않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언론의 별명은 워치독(Watchdog) 즉, 감시견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앞장서 거악에 분노하고 항거해야 할 것인데 어째서 이 나라 언론들은 보수고 진보고 거악에는 눈을 감고 사소한 악에만 분노하도록 대중을 선동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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