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서산공항 예타 불발 어쩔텐가?
[노트북을 열며] 서산공항 예타 불발 어쩔텐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 불구 좌초 위기…'정치권 역량 부족' 직결 가능성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3.04.02 17:5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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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과 같은 전례가 없었다면 서산공항 예타가 무산되더라도 아쉬움이 클 뿐 분노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자료사진: 서산시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가덕도신공항과 같은 전례가 없었다면 서산공항 예타가 무산되더라도 아쉬움이 클 뿐 분노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자료사진: 서산시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서산·태안의 일꾼 성일종 의원과 함께 서산민항(서산공항)을 조속히 구축하고,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도 완공해서 이 지역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키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22일 충남 서산시 유세에서 한 발언 중 일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충남지역 최대 현안이었던 서산공항과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서산~울진)을 약속한 것이다.

특히 서산공항의 경우 국내선에 머무르지 않고 ‘충청권 서해 관문 국제공항 건설’로 공약집에 넣어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

2021년 12월 서산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착수된 상태였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220만 충남도민에게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서산공항 예타 통과에 제동이 걸릴 거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경제성(B/C) 등 주요 지표가 낮게 나왔다는 것인데 예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서산공항 조속 구축” 공약에도 예타 통과 무산 위기

더 큰 문제는 왜 유독 서산공항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주지하다시피 정치권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별법 제정에 합의하면서 최대 28조6000억 원이 투입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반면 서산공항은 509억 원으로,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전체 사업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임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공항 건설에 비해서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존 군 활주로(2.7km)를 활용하면 되는 까닭이다.

다시 말해, 가덕도신공항과 같은 전례가 없었다면 서산공항 예타가 무산되더라도 아쉬움이 클 뿐 분노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완섭 시장이 “서산공항이 탈락된다면 예타 제도는 이중잣대이며, 따라서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굿모닝충청>은 수년 전부터 충남지역 대선공약 점검에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얻은 결론은 대통령의 경우 5년 단임제다보니 점검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과 함께 충남지역 대선공약 이행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충남지역 대선공약 절반 이상은 지지부진하거나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천안지역 유세에서 “공약집에 딱 넣어놓았다”고 확약한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충남지역 대선공약 미이행…정치권 “표 달라” 자격 없어

한마디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얘기다. 육군사관학교 충남 논산 이전도 닮은 점이 많다. 이쯤 되면 ‘대선공약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대선공약 파기를 그냥 둘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후보 및 정당과 계약의 성격이 강하다.

외교와 국방 등 국가적인 이슈와 함께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주겠다”는 공약이 제시되기 마련이고, 이것은 투표 행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때가 많다.

따라서 대선공약 파기는 엄연한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 시점은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후속 대응이 발 빠르게 이뤄진다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질 순 있겠지만 그 기본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또 하나, 6.1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난 충남도민의 표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도민은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전체 48석 중 국민의힘이 36석, 더불어민주당이 12석인 충남도의회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 도정 12년을 끝내고 국민의힘이 다시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점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 그것은 결국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춰 충남의 주요 현안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명령이 담겨 있을 것이다.

‘힘쎈 충남’ 이럴 때 입증해야…‘충청 정치권 역량 부족’ 직결될 수도

그 중심에는 누가 뭐래도 ‘힘쎈(센) 충남’을 내세우고 있는 김태흠 지사가 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정부예산 대폭 증액과 국립경찰병원 분원 유치, 내포신도시 종합병원(명지의료재단) 조속 추진, 천안‧홍성 국가산단 지정 등 다양한 성과를 낸 바 있다.

만약 서산공항 예타가 불발된다면 민선8기 뼈아픈 첫 실패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마지막까지 도정의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만약 상황을 바꾸기에 너무 늦었다면 정부여당 차원의 조속한 후속 대책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로선 예타 대상 사업의 기준(500억 원→1000억 원) 조정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지역 정치권 역시 되돌아볼 부분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왜 유독 서산공항만 문제가 되는지 도민 대다수는 궁금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결국 충청 정치권의 무능 또는 역량 부족이라는 인식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충청권 기반 정당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마지막으로 맥이 끊겼다. 이는 거대 양당에서 충청의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개갈 안 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대선공약 이행을 잣대로 볼 때 양당 모두 충남도민에게 표 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한 가지 일을 바로잡지 못하면 또 다른 일이 잘못되기 마련이다. 타당성 재조사가 진행 중인 가로림만 해양정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산공항 예타 통과 여부를 결정짓게 될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이달 중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남은 기간 지역 정치권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220만 도민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심판의 날이 그리 많이 남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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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 2023-04-03 09:08:43
사업불가 의견을 내놓은 예타 검토위원들에게 가덕도, 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화가 납니다

충남인 2023-04-03 09:05:03
지금 백령도, 흑산도, 울릉도에서도 공항이 건설중이거나 착공될 예정입니다. 투입예산은 공항마다 수천억이 훌쩍 넘지요. 금번 서산공항 예타 무산위기는 충남 정치력의 실패입니다.

다정이 2023-04-03 06:56:01
이번 서산공항 예타불발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분노합니다

차종무 2023-04-02 20:32:00
차존무입존무개존무

김중섭 2023-04-02 18:55:51
공약하신 정치인들 집단 삭발식해야죠! 책임정치가. 뭡니까? 춤청인들. 정신차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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