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6일 민중기 김건희 특검팀의 소환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특검 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및 명태균 게이트 등 자신의 주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명태균 게이트에 관해 김 씨는 “힘도 없는데 자꾸 연락해 대통령실을 통해 끊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7일 중 김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 한다.
김건희 씨는 지난 6일 특검의 소환조사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수사 잘 받고 나오겠습니다”며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지칭해 크나큰 비판을 받았다. 이는 그간 김 씨 본인이 'V0'로 불리며 실질적 대통령 노릇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그걸 전면 부정하는 듯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날 김건희 씨의 여러 의혹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태균 게이트, 건진법사 게이트,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재산 신고 누락 등 4개 의혹을 최우선 조사 대상으로 정하고 약 1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검팀은 김건희 씨가 단순히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주식을 매매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방조 혐의를 넘어 주가조작에 공모했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작년 10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는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며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수사 결과와 정반대이다.
중앙일보는 특검팀이 ‘계좌 관리자 측에 수익의 40%를 줘야 한다’ 등 주가조작 수익 배분 정황이 담긴 김 여사와 미래에셋증권 직원의 녹취록에 대해서도 캐물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건희 씨는 해당 의혹에 대해 “주가조작이 이뤄진 2010~2012년은 서울대 경영전문석사(eMBA) 과정이 진행 중일 때라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과제하느라 주식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고, 주가조작에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고 한다.
또 권오수 전 회장 등 조작 세력과 공모했다는 데 대해선 “ 권 전 회장을 통해 주가조작에 관여한 ‘선수’들을 소개받은 건 맞지만, 비전문가이고 이상한 사람이라 투자하며 손해만 봤다”며 “증권사를 미래에셋·DS증권 등으로 옮겨 다닌 것 역시 계속 손실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명태균 게이트에 대해서도 김건희 씨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는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박완수 전 의원의 경남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22년 대선 당시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개입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 전 의원은 명태균이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사외이사였다.
중앙일보는 김건희 씨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나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연락을 너무 많이 해 와서 부담스러웠고, 결국 대통령실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잘라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 대해서 동아일보는 “여론조사는 명 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중앙일보는 김건희 씨가 특검에 “명태균씨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소개해주고 정치적으로 조언도 많이 받아 고마운 마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여론조사는 먼저 보내주니까 받은 것일 뿐”이라며 “명씨가 여론조사를 보내줄 때 여론조사 실시와 관련해 계약서를 쓰자고 하거나 비용을 달라고 했으면 줬을 텐데 그런 대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통일교 2인자로 불리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청탁 등을 위해 김건희 씨에게 샤넬백과 목걸이 등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건진법사로부터 명품 등 선물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또 “건진법사 전씨가 김 여사와의 연락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희2’ 전화번호는 행정관이 썼다”고 했다.
그 밖에 지난 2022년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순방 당시 착용한 6200만 원 상당의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중앙일보는 김 씨가 “2010년 모친 선물용으로 산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동아일보는 김건희 씨가 그 모조품 목걸이를 다시 모친인 최은순 씨에게 빌려 착용한 것이라 진술했다고 전했다. 본디 공직자윤리법상 500만 원이 넘는 귀금속은 재산 신고를 해야 하지만, 애초 최 씨에게 빌린 것이어서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아울러 그 문제의 모조품 목걸이가 김건희 씨의 오빠 김진우 씨의 장모집에서 발견된 이유에 대해선 “2022년 나토 순방 당시 목걸이를 둘러싼 재산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오빠가 들고 갔고, 이후 목걸이의 행방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다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진술을 했다.
특검 안팎에선 아직 김건희 씨를 상대로 조사할 혐의가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최소한 한 차례는 더 부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김건희 특검법에 적힌 김건희 씨 관련 수사 대상만 총 16개인데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양평 공흥지구 개발 비리, 집사 게이트,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사 특혜 의혹 등은 아직 김 씨에게 질문조차 못했다.
그러나 6일 JTBC와 7일 새벽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특검이 첫 조사에서 김건희 씨가 혐의를 일절 부인한 점에 비춰볼 때 추가 조사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7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건희 씨가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신속히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만일 김건희 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돼 구속이 이뤄질 경우 윤 전 대통령 부부는 헌정사 최초로 부부가 나란히 구속된 사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다. 77년 헌정사를 통틀어 구속, 수감된 이력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총 5명인데 이 중 독신인 박근혜 씨를 제외한 나머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씨는 모두 본인만 수감됐지 부인들이 수감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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