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關東) 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 10만 명 이상이 사망 혹은 실종되고 11만 채의 가옥이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관동대지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지진이 발생한 이후였다.
지진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해 민심이 흉흉해진 와중에 일본 내무성이 각 경찰서에 하달한 내용 중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사회주의자들과 결탁하여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다.
이 내무성의 훈시는 일부 신문에 인용되며 일본인들로 하여금 조선인들과 사회주의자들에게 적개심을 품도록 유도했다. 아울러 여기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풀고 있다"는 둥 "조선인들이 독이 든 만두를 나눠주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유언비어가 나돌며 그 결과 "사회주의자들의 교시를 받은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방화 약탈까지 한다"는 과격한 선동 문구로 완성되어 각지에 나돌았다.
이에 자극을 받은 일본 극우 자경단은 '조선인 폭도'들을 때려잡겠다고 무차별적 학살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6000~2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이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바로 1923년 있었던 '관동대학살'이다. 필자가 이 '관동대학살'을 거론한 이유는 이 당시 일본 극우 자경단의 모습과 12.3 내란 사태의 수괴 혐의자 윤석열을 지지하는 광신도들의 행태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극우 자경단이 자신들의 '적'을 조선인으로 설정했듯이 이 윤석열교 광신도들은 자신들의 '적'을 중국인으로 설정했다. 이런 움직임은 윤석열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탄핵 집회에 참석한 중국인'이라며 칭화대학교 와펜이 붙은 인물의 사진을 첨부한 글을 올리며 중국인들이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했다.
칭화대학교는 중국의 명문대학교로 한국인 유학생들도 많이 재학 중인 곳인데 단지 중국에 있는 학교의 와펜이 붙은 점퍼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진이 찍힌 시점과 장소, 이 사진에 찍힌 인물의 실제 국적 등에 대한 기초적 사실 관계 확인 없이 무조건 '중국인'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걸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그대로 받아들여 극우 목사 전광훈이 주도하는 친윤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올라 중국인들이 대거 탄핵 찬성집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나섰다.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으니 '윤석열교 광신도'들은 더욱 '자기 편 아니면 중국인'이라는 허무맹랑하고도 그릇된 믿음을 갖게 됐다.
여기에 극우 매체들과 극우 유튜버들이 더욱 선동하고 조장했다. 극우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이란 가짜뉴스를 여러 개 퍼뜨리며 안 그래도 반중 성향으로 똘똘 뭉친 윤석열교 광신도들이 더욱 확증편향에 빠지도록 유도했다.
주한미군과 미 국방부가 가짜뉴스라고 확인 해 줬음에도 스카이데일리는 정정보도는 커녕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윤석열교 광신도들은 이 말마저 부정하고 자신들만의 믿음을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들은 거의 사이비종교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에 '친중' 딱지를 붙인 것은 덤이다.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은 이러한 극우 매체와 극우 유튜버들의 헛소리를 마치 '정론(正論)'인 양 여기며 가짜뉴스로 확인된 '중국인 간첩 체포설'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었다. 이러한 극우 세력들의 준동이 정점에 달했던 것이 바로 지난 19일 있었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라고 볼 수 있다.
이날 폭도들이 사건 당일 지나가던 시민들을 '중국인' 혹은 '좌파 프락치'들로 몰아서 마구잡이로 구타했던 것이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졌고 심지어 유튜브엔 외국인 임산부 여성마저 '중국인'으로 몰아 구타하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야말로 관동대학살 당시 일본 극우 자경단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나타난 소위 극우 세력들의 움직임을 보면 자신들의 적대 세력을 '종북세력'보다는 '종중세력' 혹은 '중국인'으로 몰아가는 소위 '종중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종북몰이'가 한층 더 진화해 '종중몰이'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제 '종북몰이'가 그 수명을 다했다는 점을 첫 번째 근거로 들 수 있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경제력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군사력 역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인민군조차 쫄쫄 굶고 있는 지경이다.
무엇보다 현재 남한의 정치 상황이 혼란에 빠져 있으니 북한으로선 지금만큼 남침을 할 절호의 기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토와 영해를 향한 그 어떤 군사도발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사태를 관망하고만 있다. 이것만 봐도 이제 북한은 주적이라고는 하지만 더 이상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비록 최근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긴 하나 여전히 GDP가 세계 2위이고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북한보다 그 체급 면에서 월등히 더 앞서는 강력한 존재이기에 한국인들로서는 북한보다 중국이 더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내 극우 세력들은 바로 이 점을 파고 들어 기존의 종북몰이를 종중몰이로 진화시켰다. <짱깨주의의 탄생> 저자인 중국 전문가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익은 일본의 극우들과 연계하여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의 전위 부대 역할을 해오고 있다"라면서 "지금 이 싸움은 단순한 극우의 중국 인식 문제가 아니라 신냉전 세력과 평화체제 세력 간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종북주의자라는 딱지는 이미 너무 많이 써먹어 효력이 떨어졌고 그것을 대신해 노무현 정권 시기부터 등장한 것이 친중주의자 딱지"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그 딱지를 붙이는 것이 극우들의 강력한 차기 대선 전략인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즉, 구 냉전 시절 세계관에 푹 빠진 국내 극우 세력들이 이제 종북몰이의 약발이 다 떨어지니 새로이 종중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면 모두 중국놈이다"는 그들의 발상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석열교 광신도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윤석열은 전시, 사변 등이 발생하지 않은 평시에 뚜렷한 명분도 없이 제멋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와 선관위에 군대를 보내 공격하게 했고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5공 시절 국보위처럼 독자적이고 불법적인 입법부를 설치하려 획책했다. 이는 두 말할 것도 없이 헌법을 파괴한 내란 행위다.
그리고 이런 윤석열에 맞서 맨몸으로 계엄군에 저항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한 시민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헌법을 지키려 나선 영웅들이다. 여기서 중국인이 나오고 말고 할 것이 무엇인가?
이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뉴라이트 등 국내 극우 세력을 위시로 한 신냉전 세력들이 다시는 준동하지 못하도록 미리 싹을 밟아놔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이른바 '빨갱이 때려잡기' 매카시즘의 주된 목적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것에 있었다. 이 신냉전 세력들의 종중몰이 역시 민주주의와 상관 없이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을 뿐이다.
더 이상 분열의 정치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이 신냉전 세력들을 조기 진압해야 한다. 단순히 사상이 극단적인 부류가 아니라 이들은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독재의 후예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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