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3일 오전 9시, 홍성군 서부면 인근에는 불을 진화하기 위해 물을 싣고 현장으로 날아다니는 헬기 행렬과 소리만이 마을을 정적을 깨고 있었다.

평소 이 일대는 행정복지센터와 마을회관 등이 밀집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지만 한적했다.
산불이 난 인근의 서부면 소재의 서부초에 마련된 주민 대피소를 찾았다.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운 주민 김 모씨(72)는 “집 앞에 다 탔다. 60년째 살고 있는데 이런 불 은 처음이다. 집은 아들이 물을 뿌려서 무사한데, 못가는 상황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어사리 주택 화재 현장에서 만난 전 모씨(75)는 “야산 화재로 1층이 유리창이 깨지며 불길이 시작됐다. 집 화재로 피신을 하면서 소 축사에 소들을 풀어놓지 못해 걱정됐다. 집안 불길이 잡히고 축사에 와보니 농자재는 다 전소되고 몇몇 소들은 연기와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며 힘들어 했다.

어사리 인근 야산마다 모두 불에 그을린 상태였다.
양곡리 주민 김희경(70) 씨는 화마에 휩싸여 집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힘든 고생 하며 살았던 집인데 다 탔어. 이젠 못 먹고, 못 입게 됐어. 옷도 없는데 1년치 식량인 볍씨마저 불에 타 앞으로가 더 막막해 어쩌면 좋아…"
눈물이 고인 김 씨는 "너무 속상해.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화마가 휩쓸고 간 집터를 다시 찾아 건질 만한 물건이 있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함수일(69) 씨도 이번 산불로 자식같이 키우던 돼지 860마리를 잃었다.
불이 났다는 소식에 우선 혼자 사는 어르신의 대피를 도운 뒤 자신의 농장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불길이 농장을 삼킨 뒤였다.
이날 찾아간 그의 축사는 까맣게 타 뼈대만 남았고, 농장 바닥엔 돼지 사체가 곳곳에 있었다.
함씨는 "이미 불바다가 돼 손 쓸 수 없었다"며 "돈을 떠나서 직접 키우던 짐승을 잃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염소농장을 운영하는 최정화(60) 씨도 집 두 채와 농기계, 키우던 염소 등 전 재산을 잃었다.
그는 "남은 건 지금 입고 있는 이 한 벌 뿐"이라고 한탄했다.
전날 농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와보니, 이미 불길이 거셌고 놀란 염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염소 400여마리 가운데 70여마리 염소가 불에 타 죽었지만, 살아남은 염소들 상황도 좋지 않다.
최씨는 "남은 염소들도 호흡기에 화상을 입어 곧 죽을 수 있다"며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마을 곳곳은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 산과 들녘은 구분이 되지 않았고, 불에 탄 주택은 뼈대만 남았다. 주민들은 "곡식까지 다 타 먹을 것도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홍성 산불 이틀째인 3일 산림청과 충남도는 오전 6시20분부터 헬기 18대와 장비 154대, 인력 2946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 중이다.
오전 8시 69%였던 진화율은 3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4%가 오른 73%에 머물렀다. 산불 영향구역은 946㏊까지 늘어났다.
화선은 20.0㎞로 오전 11시 기준 14.7㎞를 잡았지만 남은 구간인 5.3㎞가 진화대원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당국은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후 3시쯤에는 12~13m까지 강해질 것으로 기상 당국은 전망했다. 그만큼 진화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당국은 헬기 18대와 장비 107대, 진화대원 등의 관련 인력 3300여명을 동원해 불을 끄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홍성군은 재난 안전 문자를 통해 “서부면 산불이 바람을 타고 번지고 있다”며 “인근 주민들은 갈산중고등학교 대강당으로 즉시 대피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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